2025년 12월 05일(금)

증인 출석한 공천 브로커 "건진법사, 尹 부부 정신적으로 이끌어 준 사람"

'건진법사' 전성배 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및 알선수재 혐의 재판에서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정신적으로 이끌어준' 핵심 인물이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이진관 부장판사)는 전씨의 3차 공판을 열고 전씨에게 박창욱 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을 부탁한 브로커 김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습니다.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 뉴스1


김씨는 법정에서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주요 인생 결정 순간마다 조언자 역할을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는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친하기도 하고 (대통령 당선에) 공헌도 했다고 생각한다"며 "정신적으로 대통령 부부를 끌어줬다"고 했습니다.


그는 2022년 대선에서 윤 전 대통령이 당선 전후로 전씨에게 국세청장 임명,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파견, 경찰 인사 등도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김씨는 전씨에게 은행장, 여신금융협회장 등의 인사청탁과 함께 강석훈 전 의원의 청와대 기용도 부탁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재판부가 "전씨가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알고 있느냐"라고 질문하자, 김씨는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당시부터 영향력이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김씨는 "(윤 전 대통령이) 추미애 전 장관에게 고초를 겪을 때도 (전씨가) '견디면 앞으로 좋은 게 있을 것'(잉라는 말을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김씨는 "(윤 전 대통령이) 대구고검으로 좌천됐을 때 사표를 내려고 전씨에게 상의했는데, 전씨가 '사표 내지 말아라. 거기서 귀인을 만날 것'이라고 해서 사표를 내지 않았다(고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의 정치 입문 과정에서도 전씨의 영향력이 컸다는 증언이 주목됩니다.


김씨는 "안철수 의원이 (윤 전 대통령을) 국회의원으로 영입하려 했을 때도 전씨가 '그렇게 하지 마라. 더 귀인이 올 것이다'라고 했고,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민주당에 영입하려 할 때도 '하지 마라'고 말했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 뉴스1


더 나아가 전씨가 윤 전 대통령에게 직접 대통령 출마를 권유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김씨는 "윤 전 대통령이 '그럼 내가 뭘 합니까'라고 하니 전씨가 '대통령을 하라'고 했다"며 "전씨가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윤 전 대통령이 '황교안보다 내가 낫다'는 취지로 답했고, 이에 전씨가 '그러니까 해라'라고 말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김건희 여사와 전씨의 관계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증언이 이어졌습니다. 김씨는 김 여사가 정권 초기에 먼저 전화도 하고, 정신적으로 많이 의지했다고 말했습니다.


김씨는 "전씨에게 들어서 알지만, 김 여사가 잠을 잘 자지 못해 정신적으로 약을 먹어야 하는데 그런 것도 달래줬다"며 "김 여사가 발리 같은 곳에 갈 때도 전씨에게 전화해 '이번에는 누구를 조심해야 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런 걸 들으면 이분(전씨)은 대통령 부부가 버리지 않는 한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김건희 여사 / 뉴스1


하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관계에 변화가 생겼다고 했습니다. 김씨에 따르면 전씨가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사저를 방문했을 당시 윤 전 대통령에게 "왜 나한테 큰절을 안 하냐"고 했고, 윤 전 대통령은 "법당에서는 큰절을 하지만, 밖에 아무 데서나 큰절을 한다고 했냐"고 답했다고 합니다.


김씨는 "그래서 제가 이제 사이가 끝났구나 생각했다"며 "그 이후에 추천된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김씨는 전씨에게 박현국 봉화군수와 박창욱 경북도의원의 공천을 부탁했다고도 증언했습니다. 그는 '특검이 수사 과정에서 김씨를 회유했다'는 박 도의원 측 주장을 부인하며 "회유는 없었고, 제가 특검법 개정안을 언급하며 감경이 가능하냐고 조른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편, 재판부는 연내 1심 심리를 종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다음 달 15일이나 23일 변론을 마무리하는 결심공판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결심공판에서는 검찰의 구형과 피고인의 최후 진술이 이뤄지며, 통상 1∼2개월 내 선고가 나오는 점을 고려하면 전씨에 대한 선고는 내년 초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김건희 특검팀은 다음 기일까지 김 여사의 증인 신청 여부를 밝히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