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다솜 기자 = "지금이라도 웃으며 나타날 것 같다", "밝고 착한 아이였다"
'신림동 둘레길 성폭행 사건'으로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끝내 숨진 피해자는 초등학교 교사 A씨로 밝혀졌다.
그는 방학인데도 남들이 꺼리는 업무를 도맡아 출근하는 길에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구로구의 한 장례식장에 초등학교 교사 A씨의 빈소가 차려졌다. 빈소 앞에는 대학 동기들이 보낸 근조 화환이 놓였다.
유족과 지인들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7일 오후 2시 교내에서 예정된 연수 업무를 위해 평소 자주 이용하던 둘레길로 출근하고 있었다. 5일간 진행되는 교직원 연수 기획·운영 업무를 맡았고, 이날은 이틀째 되는 날이었다고 한다.
동료 교사 김모씨(39)는 "집 나간 학생을 찾아 밤 10시에 부모님과 거리를 돌아다녔던 적극적인 친구"라면서 "학생부터 조리 선생님까지 두루 친하게 지낼 정도로 붙임성이 좋았다. 지금이라도 웃는 얼굴로 나타나 여기서 뭐 하냐고 물을 것 같다"고 뉴스1에 밝히기도 했다.
또 아버지의 손을 잡고 빈소를 찾은 노모군(14)은 "초등학교 때 담임 선생님이라서 빈소를 찾았다"며 "운동을 좋아하고 우리를 친구처럼 대해주던 다정한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대학 동기 김모 씨는 "원래 성실한 친구다. 아침 8시 30분에 근무를 시작하더라도 1시간씩 일찍 가는 아이라서 그날도 일찍 출근한 것 같다"면서 "방학 중에 연수 기획·운영하는 게 모두 꺼리는 일인데 본인이 맡아서 한 거였다. 정말로 선량한 친구가 일하러 가다가 그렇게 됐다"고 울먹였다.
약 10년간 교사 생활을 한 A씨는 학교 안팎에서 궂은일에 먼저 나서는 책임감 강하고 착한 성격이었다고 한다.
A씨의 오빠는 "남들이 하지 않으려는 보직을 자기가 하겠다고 나선 아이. 사치도 부리지 않았다", A씨의 사촌 언니는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착한 아이"라고 A씨를 설명했다.
한편 A씨는 지난 17일 오전 11시 40분께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둘레길 등산로에서 최모(30)씨에게 폭행, 성폭행당해 의식불명에 빠졌다.
사건 직후 A씨는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았지만 결국 최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끝난 직후인 19일 오후 3시 40분께 세상을 떠났다.
경찰은 A씨의 사망으로 피의자의 혐의를 강간상해에서 강간살인으로 변경했다. 피의자의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할 위원회도 이번주 중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