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훈민정음해례본 소유자 "국가 헌납할 생각 없다"
최근 재보선 출마와 함께 훈민정음해례본을 공개한 소유자 배익기 씨가 해례본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최근 재보선 출마와 함께 훈민정음해례본을 공개한 소유자 배익기 씨가 해례본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11일 배익기 씨는 CBS 라디오 '김현정 뉴스쇼'와 훈민정음해례본과 관련된 인터뷰를 진행했다.
배씨는 "해례본을 한 개인이 갖고 있는 것보다 국가로 넘겨버리면 좋겠다는 식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입을 열였다.
그는 문화재청의 해례본을 달라는 주장에 대해 "(해례본을 문화재청에) 못 넘길 뿐만 아니고 이 사건을 밝혀야 된다. 그거 밝히면 분명히 말하지만 저 '이근안 고문사건'이나 '도가니 사건'은 저리 갈 정도"라고 말했다.
배씨는 "문화재청 측이 훈민정음해례본의 가치가 1조원은 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가 문화재청에) 주운 돈도 10분의 1은 준다니까 한 1천억원 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며 "(일정 보상을 해준다면) 나도 피차없던 일로 하고 싶을 만큼 (해례본을) 지키는 게 괴롭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국 문화유산정책 연구소 황평우 소장은 "국가의 보물과 사유 재산 사이의 갈등이 있는 가운데 문화재청이 강제적으로 환수하는 것보다는 배씨에게 일정한 정신적·물리적 보상을 해줄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황 소장은 배씨가 해례본을 가지고 정치적으로 활용하기보다는 안전한 보존과 연구를 위해 국민들 앞에 솔직히 공개해주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훈민정음해례본은 집현전 학자 8명이 한글 창제의 원리와 해석·용례를 기록한 책이다.
기존에는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한 권이 유일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백익기 씨가 해례본 한 권을 더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한 뒤 첨예한 법정 공방이 펼쳐지기도 했다.
고서적 판매상 조모씨가 "내 해례본을 훔친 것"이라고 주장했기 때문.
당시 법원은 "(해례본은) 조씨 것이 맞지만 배씨가 훔쳐 간 것도 아니다"라는 애매한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김소영 기자 soyo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