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실 급식'으로 학부모들의 공분을 샀던 서울 서초구의 한 중학교에서 조리 실무사 2명이 1000인분을 조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한 온라인 육아카페에 밥과 국, 반찬 한 종류가 담긴 식판 사진이 게재되면서 서울 서초구 소재의 A 중학교에 대한 부실 급식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주작 아니냐", "교도소 밥이 낫겠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저게 뭐냐"는 등의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A중학교는 급식을 조리할 인력이 부족해짐에 따라 부득이 하게 반찬 가짓수를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립인 A중학교는 전교생 1024명에 교직원 70명이 넘는 대규모 학교다. 반면 급식을 준비하는 조리 실무사는 2명뿐이다. 기존에는 정원이 9명이었지만 연이은 퇴사로 인해 결원이 생겼다.
학교가 인력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구인난에 필수 인원을 채우지 못했고 일용직을 구해 여태껏 버텨왔다고 한다.
결국 지난 3월 학부모에게 '학교급식 중단 위기에 따른 학부모 긴급 의견 수렴' 가정통신문까지 배포하며 해결책을 찾아 나섰다.
학교는 '개인 도시락 지참', '학교 급식 운영(3찬)', '외부 운반 급식' 등의 선택지를 주고 투표를 진행했고 결과에 따라 반찬 수를 4찬에서 3찬으로 줄였다.
해당 학교는 타 학교에 비해 식수 인원이 많아 그만큼 노동강도가 높았기 때문에 구인난이 더욱 심각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A중학교 교장은 "책임감을 느끼고 사태 해결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 중이다"라면서도 "일할 사람이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조리사 구인난 문제는 비단 A중학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교육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과 서초구 지역 소재 공립학교들의 구인난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고광민 부위원장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서울 관내 공립학교의 조리실무사 결원은 총 292명에 달했다.
높은 노동강도에 비해 낮은 급여, 산업재해 위험 등이 구인난의 이유로 꼽힌다. 급식노동자가 받는 기본급은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인 198만 6000원이다. 방학 중에는 임금이 나오지 않아 생계유지조차 어렵다.
또 학교 급식실은 환기시설이 부족해 조리 중 발생하는 발암물질 '조리흄'에 쉽게 노출된다. '조리흄'은 폐암을 유발한다.
특히 수도권 급식실의 경우 급식실 공간이 확보되지 않아 반지하 급식실을 운영하거나 휴게·환기 시설이 부족한 곳이 다수다. 지난해 3월 기준 전국 폐암 의심 급식노동자 338명 중 125명이 수도권 노동자였다.
이에 일각에서는 아이들의 건강한 식단을 위해서라도 조리 실무사들의 노동 환경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