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이웃들에게 직업 들킨 '소아과 의사' 부부, 갑자기 이사간 이유는요
동네 주민들에게 직업을 들킨 뒤 이사를 가게 된 소아과 의사 부부의 사연이 전해졌다.
[인사이트] 유진선 기자 = 동네 주민들에게 직업을 들킨 뒤 이사를 가게 된 소아과 의사 부부의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2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의사네 집은 응급실이 아니에요"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의 남편은 소아과 의사로, 두 사람은 슬하에 어린 딸아이 하나를 두고 있다.
당초 시부모와 함께 살았던 A씨 부부는 아이가 생기면서 분가했다. 그런데 최근 이들 부부는 다시 시댁 근처로 이사를 가기로 결정했다.
남편의 직업을 알게 된 동네 주민들이 끊임없이 무리한 요구를 해왔기 때문이다.
당초 A씨는 아파트 주민들에게 남편이 소아과 의사란 걸 알리지 않았다. 그는 "남편이 절대 의사라고 말하지 말래서 그냥 회사 다닌다고 말했었다"고 했다.
그러던 중 주민 중 한 명이 남편이 운영하는 병원에 다녀가면서 온 동네에 소문이 퍼지게 됐다. 이후 아파트 단톡방에는 A씨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주민들의 메시지가 쇄도했다.
A씨는 "일부 주민들이 한밤중에 인터폰을 하거나 직접 찾아오는 경우도 있어 정말 괴로웠다"며 "그 시간에 응급실에 가지 왜 저희 집에 애를 안고 뛰어오는지"라고 토로했다.
이후 A씨 부부가 밤이 되면 인터폰을 끄는 등 주민들의 연락을 잘 받지 않자, 주민들은 A씨 부부를 험담하기 시작했다.
A씨는 "'의사면 돈도 잘 벌텐데 워킹맘도 아니면서 아이를 어린이집 보낸다'부터 해서 남편이 동네서 친구들과 술 마시는 걸 보곤 '의사가 술 먹고 진료한다'고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결국 이들 부부는 이사를 결정했다. A씨는 "물론 같이 있다가 옆에 아이가 쓰러지거나 하면 당연히 돌봐주고 구급차 불러 주겠지만 그래도 자는 사람 집까지 찾아와 문 두들기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그는 "자주는 아니지만 일주일에 이런 일을 한두 번 겪으면 사람이 예민해진다. 하다못해 어른 아픈 것까지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면서 "돈 아까워서 응급실 안 가시는 건 아니라고 믿고 싶다"고 적었다.
이어 "주변에 있는 의사를 너무 괴롭히지 말아 달라. 그 의사들도 사람이고 자영업자 또는 직장인"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글에는 비슷한 일을 겪은 누리꾼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결혼하고 남편 출퇴근 편하게 해주려 병원 바로 옆 아파트로 이사했는데 저희 집이 겪었던 일과 똑같다"며 "저희는 1년도 못 살고 6차선 도로 건너 다른 아파트로 갔다"고 했다.
부모님이 모두 의사라는 또 다른 누리꾼도 "급하면 전화하고 찾아오기 일쑤였다. 우리 어머니가 동행해서 응급실 간 것만 수십 번은 넘을 것"이라는 댓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