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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아들 찾아달라며 파출소에서 항의한 아버지, '형제복지원' 끌려가서 아들 만났다

형제복지원 사건이'국가 폭력에 따른 인권침해 사건'을 인정된 가운데, 피해자들의 사연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인사이트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39년 전 어느 날, 동네 형을 따라나섰던 10살 아들은 경찰에 붙잡히고 말았다. 파출소 순경은 조금만 기다리면 집으로 다시 보내 준다고 했다. 


그러나 거짓말이었다. 


경찰의 강요로 탑차를 타고 아들이 도착한 곳은 '형제복지원', 고작 10살 어린아이었던 아들은 이곳에서 구타와 학대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아들은 자신이 왜 이곳에 끌려왔는지도 모르는 채 고문과 가까운 일상을 보내야 했다. 각종 작업에 동원돼 시간 안에 작업량을 달성해야 했고, 채우지 못할 땐 매질이 이어졌다.


인사이트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밤에는 음악 선생이라는 사람에게 성폭행을 당해야 했다. 소리를 질렀다가 구타당해 기절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도와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들이 사라진 후, 아버지는 아들을 찾기 위해 파출소를 향했다. 아들을 찾아달라고 항의하던 아버지는 그대로 어디론가 끌려갔다. 


1984년 10월 밥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이동하던 아들은 저 멀리서 익숙한 얼굴을 보고 말았다. 아버지였다. 


아버지 또한 '형제복지원'에 끌려온 것. 아버지는 자신이 무능해 이런 꼴을 당한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아들을 마주칠 때마다 눈시울을 붉혔다. 


인사이트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명절에 한 번 1인당 1개씩 나오는 노란 시루떡을 먹지 않고 감추고 있다가 식당에서 마주친 아들 손에 몰래 쥐여주고 가시던 아버지는 1987년 4월 형제복지원이 폭로된 후 밖으로 나왔으나 그해 세상을 떠났다.


복지원에서 당한 폭력과 작업의 후유증 때문이었다. 


아들은 지금도 시루떡만 보면 화가 치밀고 눈물이 난다. 그는 "이 세상 어디에도 설 곳이 없다. 부모와 자식을 한 곳에 가둬두는 이런 일이 세상에 있을 수 있습니까"며 울부짖었다. 


지난 24일,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형제복지원 사건을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결론 내렸다. 


인사이트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형제복지원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35년 만에 국가 기관에서 처음으로 '국가 폭력에 따른 인권침해 사건'을 인정한 것이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60년 7월 20일 형제육아원 설립부터 1992년 8월 20일 정신요양원이 폐쇄되기까지 경찰 등 공권력이 부랑인으로 지목된 사람들을 형제 복지원에 강제 수용하고 자행한 인권 침해 사건이다.


진실화해위는 사망자 통계와 명단 등 14건을 검토한 결과 1975~1988년 형제복지원에서 사망한 인원은 657명이라고 밝혔다. 


화해위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가가 형제복지원 강제수용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피해회복 및 트라우마 치유 지원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