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사과 깎으라 호출한 환자에게 짜증 낸 간호사는 3일 뒤 오열했다
새벽에 사과를 예쁘게 깎아달라 부탁했던 한 말기 암 환자를 통해 후회와 깨달음을 얻었다는 한 간호사의 고백이 SNS상에서 전파되며 감동을 주고 있다.
[인사이트] 정인영 기자 = "그때 조금만 더 친절할걸... 부탁 너머 그분들의 삶을 헤아릴걸..."
새벽에 사과를 깎으라 호출한 환자에게 퉁명스럽게 대했던 한 간호사가 뒤늦게 후회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야 비로소 그 새벽 사과를 깎아달라고 했던 그 부탁의 의미, 그 심정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새벽에 사과를 예쁘게 깎아달라 부탁했던 한 말기 암 환자를 통해 후회와 깨달음을 얻었다는 한 간호사의 고백이 SNS상에서 전파되며 감동을 주고 있다.
그가 암 병동 간호사로 야간 근무를 하고 있던 어느 날 새벽, 갑자기 병실에 호출 벨이 울렸다.
벨을 눌러놓고 아무런 대답이 없자 무슨 일이 생겼나 깜짝 놀라 병실로 달려간 간호사에게 환자는 태연하게 사과를 쑥 내밀었다고 한다.
새벽에 놀라서 한걸음에 달려온 간호사에게 사과를 깎아달라고 한 환자. 간호사는 황당해하며 "이런 건 보호자에게 부탁하라"고 퉁을 줬고 재차 부탁하는 환자에 못 이겨 결국 사과를 깎아줬다.
사과를 깎는 것을 지켜보던 환자는 먹기 좋게 잘라라, 예쁘게 잘라 달라 주문했고, 간호사는 할 일도 많은데 별스러운 부탁을 한다고 생각하며 못 들은 척 대충 잘라줬다고 한다.
잘린 사과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표정의 환자를 뒤로 간호사는 병실을 나왔고 며칠 뒤 그는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삼일장을 치른 그의 아내가 간호사를 찾아와 그때 그 새벽, 사과를 잘라줘서 참 고마웠다고 했다.
사실은 그때 깨어 있었는데 모른 척 했다, 남편이 결혼기념일 선물로 제가 좋아하는 사과를 잘라주고 싶었는데 손에 힘이 없어 간호사님께 부탁한 거다, 그 마음을 지켜주고 싶어 자는 척을 했다, 그때 거절하지 않고 잘라줘서 정말 고마웠다...
환자의 아내는 담담하게 그날의 이야기를 들려줬고 간호사는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 새벽, 가슴 아픈 사랑 앞에서 무심하고 거칠었던 스스로가 떠올라 미안함의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한 평 남짓한 병실 안에서 고된 싸움을 하던 환자와 보호자. 그 부부의 삶을 헤아리지 못했던 스스로가 너무 부끄럽고 죄스럽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러나 그 아내는 눈물 흘리던 간호사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며 오히려 그를 위로했다고 한다. 거절하지 않고 남편이 마지막 선물을 하고 떠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고, 그걸로 충분했다고 말이다.
사과를 좋아하는 아내에게 마지막으로 함께 하는 결혼기념일 선물로 사과를 깎아주려 했던 말기 암 환자. 그것을 숨죽이고 지켜보며 그 마음을 지켜주고 싶었던 아내. 뒤늦게 그 마음들을 헤아리게 된 간호사의 후회와 눈물, 그리고 그런 간호사를 따뜻하게 안아준 아내의 위로까지.
가슴 아프고도 따뜻한 이야기가 마음을 울리며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진정성이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