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준중형 전기 세단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테슬라의 독주 체제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가 상품성 개선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판매량을 빠르게 끌어올리면서, 국내 준중형 전기 세단 시장은 테슬라 단독 구도에서 현대차·기아·테슬라가 맞붙는 '3강 체제'로 재편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6일 다나와자동차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내 전기 세단 가운데 가장 많이 판매된 차량은 테슬라 모델 3로, 총 4550대가 판매됐다.
모델 3는 여전히 전기 세단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과거처럼 압도적인 격차를 벌리지는 못하고 있다.
가장 강하게 추격하고 있는 모델은 기아 EV4다. EV4는 같은 기간 4079대가 판매되며 모델 3를 불과 471대 차이로 따라붙었다. 판매량만 놓고 보면 사실상 1위권 경쟁에 진입한 셈이다.
EV4의 성장세는 단순한 신차 효과를 넘어 시장 판도를 바꿀 변수로 평가된다.
지난해 4월 출시된 EV4는 출시 이후 9개월간 누적 판매량 8110대를 기록했는데, 올해 1~4월에만 4079대를 판매했다. 출시 초기 수요를 넘어 본격적인 시장 안착 단계에 들어섰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EV4가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대, 실용성을 고려한 공간 구성, 국산 브랜드 특유의 사후관리 접근성 등을 앞세워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전기차 구매층이 얼리어답터 중심에서 일반 소비자층으로 확대되면서, 브랜드 충성도뿐 아니라 가격·유지비·편의성·서비스망 등이 구매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 아이오닉 6의 반등도 눈길을 끈다. 아이오닉 6는 올해 1~4월 2678대가 판매되며 전기 세단 시장 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 1526대와 비교하면 약 75.5% 증가한 수치다.
현대차는 최근 '더 뉴 아이오닉 6'를 통해 배터리 용량을 확대하고, 최대 562㎞에 달하는 1회 충전 주행거리를 구현하며 상품성을 대폭 끌어올렸다.
전기차 소비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보는 주행거리와 효율성을 강화한 점이 판매 반등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디자인 개선 역시 중요한 변화로 꼽힌다. 기존 아이오닉 6는 공력 성능을 극대화한 유선형 디자인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뚜렷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현대차는 부분변경 모델을 통해 외관 완성도를 다듬고, 실내 편의성과 주행 효율을 함께 개선하면서 상품 전반의 설득력을 높였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부분은 국산 브랜드의 시장 영향력 확대다. 올해 1~4월 현대차 아이오닉 6와 기아 EV4의 합산 판매량은 6757대로, 테슬라 모델 3 단일 차종 판매량 4550대를 크게 넘어섰다.
개별 차종 기준으로는 모델 3가 여전히 1위지만, 브랜드 진영으로 보면 현대차그룹의 존재감이 뚜렷하게 커진 것이다.
이는 지난해 분위기와도 대조적이다. 지난해 모델 3가 연간 8825대를 판매하며 시장을 사실상 주도했던 흐름과 비교하면, 올해는 국산 전기 세단들이 판매량 면에서 훨씬 강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초기의 '테슬라 중심 소비'에서 점차 '상품성 비교 소비'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모델 3는 여전히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와 주행 성능,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단기간에 시장 주도권을 잃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현대차와 기아가 가격, 주행거리, 디자인, 서비스 접근성 등을 앞세워 빠르게 추격하면서 테슬라의 독주 체제는 더 이상 당연한 구도가 아니게 됐다.
업계에서는 올해 준중형 전기 세단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 가격 정책, 신차 효과, 충전 인프라, 배터리 성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향후 판매 순위는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