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5월 06일(수)

불황 모르는 버거 업계, 일제히 '1조 클럽' 입성... 런치플레이션 속 나홀로 호황

고물가와 '런치플레이션(점심+인인플레이션)'의 파고가 외식업계를 덮친 가운데, 햄버거가 직장인과 학생들의 현실적인 '가성비 한 끼' 대안으로 급부상하며 나홀로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다.


지난 5일 관련 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주요 버거 브랜드들은 지난해 경기 불황을 비웃듯 두 자릿수 매출 성장률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달성하며 눈부신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곳은 한국맥도날드다. 지난해 매출 1조 4,310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4.5%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732억 원으로 무려 523%나 급증했다. 2024년 8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이후 실적 반등의 흐름을 완연히 굳힌 모습이다.


서울역 내 롯데리아(오른쪽)와 맥도날드 매장의 모습. / 뉴스1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 역시 매출 1조 1,189억 원을 기록하며 8년 만에 '1조 클럽’에 복귀했으며, 영업이익 또한 30% 이상 증가하며 내실 있는 성장을 이뤄냈다. 맘스터치 또한 가맹점 기준 소비자 결제액이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하며 외형 확장에 성공했고, 버거킹(비케이알)과 KFC코리아 역시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갈아치우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러한 버거 업계의 '나홀로 성장'은 카페, 분식, 주점 등 다른 외식 프랜차이즈들이 원재료비 상승과 소비 위축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나온 결과라 더욱 주목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전문가들은 버거를 경기가 나쁠수록 수요가 몰리는 전형적인 '방어형 외식 업종'으로 분류한다. 서울 지역 칼국수 한 그릇 가격이 1만 원을 넘어서고 김치찌개백반조차 9,000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7,000~9,000원대면 세트 메뉴를 즐길 수 있는 버거의 가격 경쟁력이 빛을 발한 것이다.


특히 햄버거가 새로운 점심 대안으로 주목받으면서 프랜차이즈들의 할인 프로그램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인 브랜드인 한국맥도날드의 점심 할인 프로그램 '맥런치(McLunch)'가 직장인들 사이에서 다시금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이 그 예다. 맥도날드는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대표 버거 세트 6종을 할인된 가격에 제공하며 '만원 이하 점심'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이처럼 전용 앱 쿠폰이나 런치 타임 할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5,000~6,000원대 식사도 가능하다는 점이 알뜰 소비족에게 강력한 유인책이 되고 있다.


단순히 가격 때문만은 아니다. 버거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 자체가 '정크푸드'에서 '균형 잡힌 식사'로 이동하고 있다. 단백질이 풍부한 패티와 채소를 함께 섭취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고, 최근 제로 음료나 샐러드 옵션이 보편화되면서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거부감도 크게 낮아졌다. 여기에 주문 후 대기 시간이 짧고 이동 중에도 취식이 가능한 편의성, 드라이브스루(DT)와 배달 등 다양한 이용 방식은 점심시간이 금쪽같은 현대인들에게 최적의 선택지로 자리 잡았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좌) 롯데리아, (우) 맘스터치


여기에 최근 업계는 '프리미엄 미식 경험'을 더해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 맘스터치가 중식 대가 후덕죽 셰프와 협업하거나 롯데리아가 '흑백 요리사' 출신 스타 셰프와 손잡고 신메뉴를 내놓는 등 맛의 차별화를 시도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는 저가 경쟁을 넘어 브랜드 가치를 높여 '프리미엄 수요'까지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한국맥도날드의 '로코노미(지역+경제)' 전략처럼 국내산 식재료를 활용해 신뢰도를 높이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결국 런치플레이션이라는 위기가 버거 업계에는 오히려 체질 개선과 외형 성장의 기회가 된 셈이다. 가성비를 무기로 직장인의 점심시간을 점령한 버거의 독주가 외식 시장 전반에 어떤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