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5월 06일(수)

3억원 들여 도입한 AI순찰로봇 '팔달봇' 실효성 논란... "로봇 청소기 수준 아닌가요?"

수원팔달경찰서가 화성행궁 일대에 도입한 AI 순찰로봇 '팔달봇'을 둘러싸고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약 3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첨단 치안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운영 과정에서 반복적인 고장과 성과 부족 문제가 드러나면서 "보여주기식 행정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SNS에는 화성행궁 일대에서 야간 순찰 중인 팔달봇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수원 화성행궁 야간 순찰을 도는 팔달봇이 경찰 몇 명의 역할을 대신하고, 비용은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적었다. 



해당 게시물에는 "로봇청소기 수준이다", "언젠가 구석에 박혀 있을 것 같다", "누가 장난삼아 경로를 막거나 건드리면 고장 나는 것 아니냐"는 등 부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팔달봇은 화성행궁 일대의 야간 순찰을 위해 도입된 AI 기반 순찰로봇으로, 순찰로봇 전문업체 도구공간의 '패트로버 S' 모델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4방향 CCTV와 불꽃 감지 센서를 갖추고 주변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이상 상황을 감지하면 관제센터와 인근 파출소에 알림을 전송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팔달봇 2대와 충전시설은 지난해 10월 28일 화성행궁 일대에 설치됐다. 총사업비는 약 3억 원으로, 업체가 30%, 국비가 70%를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시범 운영 성격으로 도입됐지만 현재까지 연장 운행 중이다.


그러나 운영 과정에서는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 


기호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월 14일 영하의 날씨 속에 내린 눈이 얼어붙으면서 팔달봇 충전시설의 문이 열리지 않는 일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수리에 약 5일이 소요됐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팔달봇 바퀴 고장으로 5일간 운영이 중단된 바 있다.


당시 경찰은 업체 소재지가 대구에 있어 고장 발생 시 즉각적인 대응이 어렵고, 부품도 별도로 확보해야 해 수리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치안 공백을 보완하기 위한 장비가 기상 상황이나 부품 수급 문제로 며칠씩 멈춰 설 수 있다는 점은 운영 안정성 측면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성과 측면에서도 의문은 남는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1월까지 팔달봇을 통해 감지된 이상행동이나 사건·사고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초기 운영 단계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고가의 공공 치안 장비가 실제 범죄 예방이나 출동 연계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를 보여주는 구체적 지표는 부족한 상황이다.


비슷한 모델을 도입한 다른 현장에서도 실효성 논란은 제기되고 있다. 


전남대학교는 패트로버 모델을 캠퍼스 순찰에 투입하고 있지만, 전남대학교 학보사 전대신문은 지난 13일 "패트로버가 보안 취약 지대 대신 5·18광장 일대만 순찰하면서 실제 사고 대응 성과와 운영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패트로버의 특성상 단차와 장애물이 적은 평탄한 지형이 확보돼야 한다"며 "현재까지 구체적인 성과 지표가 없고 실제 운영 성과도 미비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물론 팔달봇 도입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순찰차 접근이 어려운 광장이나 관광지, 좁은 골목 등에서 고정 CCTV의 한계를 보완하고, 야간 시간대 순찰 사각지대를 줄이는 보조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은 있다. 


특히 화성행궁처럼 관광객과 시민이 몰리는 공간에서는 범죄 예방 효과와 심리적 안전감을 높이는 장비로 기능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문제는 기대와 실제 성과 사이의 간극이다. 적지 않은 공적 자금이 투입된 치안 장비라면 단순히 "첨단 로봇을 도입했다"는 상징성만으로는 예산 투입의 타당성을 입증하기 어렵다. 


고장률, 운영 중단 시간, 이상 상황 감지 건수, 실제 출동 연계 실적, 범죄 예방 효과, 시민 체감도 등 구체적인 성과 지표가 공개되고 검증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야간 순찰 공백을 메우겠다는 도입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고장 발생 시 대체 체계가 미흡하거나, 실제 위험 상황 대응 능력이 검증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치안 사각지대에 대한 불안만 키울 수 있다. 


팔달봇이 미래형 치안의 성공 사례로 자리 잡을지, 아니면 보여주기식 행정의 또 다른 사례로 남을지는 향후 운영 개선과 투명한 성과 검증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