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신천변 '캐리어 시신 유기 사건'의 전말이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장모를 무참히 살해한 사위는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고, 시신 유기에 가담한 혐의로 함께 체포됐던 딸은 남편의 가혹행위에 시달린 피해자로 판단돼 자유의 몸이 됐다.
대구지검 전담수사팀은 28일 장모를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여행용 가방에 담아 유기한 조재복(26)을 존속살해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반면 조 씨와 함께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았던 아내 A씨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을 내리고 석방했다.
검찰은 주거지 내 홈캠 영상 확보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심층 분석 등을 통해 사건 당시의 상황을 재구성했다. 조사 결과 조 씨는 아내와 장모를 집 안에 감금한 채 지속적으로 가혹행위를 일삼았으며, 결국 장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내 A씨는 공범이 아닌 또 다른 피해자였다. 송치 당시 A씨는 조 씨의 폭행으로 늑골이 골절되는 등 중상을 입은 상태였다.
검찰은 A씨가 저항할 수 없는 폭력과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협박 속에서 강요에 의해 범행에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형법 제12조에 따른 '강요된 행위'로, 처벌할 수 없는 책임 조각 사유에 해당한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A씨가 입은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회복할 수 있도록 의료기관 치료를 지원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31일 대구 신천에서 수상한 캐리어가 있다는 신고가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가방 안에는 여성의 시신이 들어있었고, 경찰은 당일 오후 조 씨 부부를 긴급체포했다.
조 씨는 지난달 18일 "설거지 소리가 시끄럽고 정리를 제대로 안 한다"는 이유로 장모를 장시간 폭행해 숨지게 했다.
범행 후 조 씨는 시신을 캐리어에 담아 주거지에서 도보로 20분 거리인 신천변에 내다 버렸다.
조 씨는 범행 직후 아내가 신고하지 못하도록 감금하며 철저히 통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장모의 사인은 외력에 의한 다발성 손상사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