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4월 23일(목)

"두 마리 샀다가 농장주 됐어요" 귀여운 토끼의 무시무시한 번식력

귀여운 외모에 속아 한 쌍을 집에 들였다가는 순식간에 거실을 점령당할지 모른다. 반려동물 시장에서 토끼의 번식력은 공포의 대상이자 경탄의 소재다.


'토끼를 키우려면 절대 두 마리를 키우지 마라'는 조언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정설처럼 떠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암수 한 쌍이 만나는 순간 반려동물 보호자는 순식간에 축산 농장주로 강제 전직하게 된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다. 길거리에서 외로워 보여 한 마리를 더 샀다가 결국 본인이 토끼 장수가 됐다는 웃지 못할 후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토끼의 번식력은 생물학적으로 압도적이다. 자궁이 두 개인 토끼는 임신 중에도 또 다른 임신이 가능한 '중복 임신' 구조를 가졌다.


임신 기간은 30일 남짓인데 한 번에 10마리씩 새끼를 낳으니 이론상 매달 출산이 가능하다. 실제 가축 토끼는 연간 6회에서 최대 11회까지 새끼를 낳으며 해마다 60여 마리를 배출한다.


더 무서운 점은 생후 3개월만 지나면 새끼 토끼도 번식 대열에 합류한다는 사실이다.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개체 수를 방치하면 90년 안에 지구상 모든 공간이 토끼로 가득 찰 것이라는 계산까지 나온다. 호주에서는 19세기 영국인이 들여온 24마리가 수십 년 만에 100억 마리로 불어나 100년 넘는 '토끼와의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이런 높은 생산성에도 불구하고 토끼고기는 왜 돼지나 소처럼 대중적인 식탁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을까. 번식은 빠르지만 정작 '키워내는 일'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새끼 토끼의 폐사율은 숙련되지 않은 농장에서 30%에 육박하며 토끼 전염병이나 구충병 등 역병에 매우 취약해 집단 사육 시 몰살 위험이 크다.


사료 효율도 떨어진다. 닭은 1.6kg의 사료로 고기 1kg을 만들지만 토끼는 4kg에 가까운 사료를 먹어야 한다. 풀만 먹여서는 성장이 더디고 고기 질이 떨어져 옥수수나 콩깻묵 같은 비싼 정밀 사료를 섞어줘야 하니 생산 비용이 만만치 않다.


조리의 난이도 역시 걸림돌이다. 토끼고기 특유의 풀 비린내를 잡지 못하면 식감이 크게 떨어지고 지방이 거의 없는 살코기라 요리로도 인기가 없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