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찬란했던 시절을 함께 보낸 옛 연인의 결혼 소식은 때로 형언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을 남긴다. 미련도, 질투도 아니지만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것 같은 묘한 허전함은 인연의 완전한 종말을 실감하게 한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전남친이 결혼한다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많은 이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올해 25살인 작성자 A씨는 19살 무렵 만났던 5살 연상의 전 남자친구 B씨의 결혼 소식을 전하며 일렁이는 마음을 가감 없이 털어놨다. 3년의 연애와 2년의 이별 기간을 거치며 각자의 삶을 살던 중 들려온 갑작스러운 비보 아닌 비보였다.
작성자 A씨에게 B씨는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시기를 묵묵히 지켜주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철없던 시절 부렸던 짜증을 다 받아주고, 카드를 잃어버렸을 때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카드를 내어주던 사람.
A씨는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하게 받았던 것들이 사실은 당연한 게 아니었다"며 과거의 이기적이었던 자신을 회상했다. 헤어진 뒤에도 가끔 자신의 SNS 스토리를 확인하는 B씨를 보며 A씨는 막연하게 '저 사람은 평생 나를 좋아해 줄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며칠 전 걸려온 B씨의 연락은 그러한 막연한 기대감을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결혼한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는 덤덤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실감이 나기 시작하며 기분이 이상해졌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슬픔인지 허전함인지 정의할 수 없는 묘한 감정이 밀려왔고, 주변에 결혼한 지인이 없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가정을 꾸리는 사람이 전 남자친구라는 사실이 낯설게 다가왔다.
A씨는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이제 진짜 아무 사이도 아니라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전했다.
자신이 누렸던 다정함과 추억들을 이제 다른 사람이 누리게 될 것이라는 사실에 "기억 속에만 남아있는 사람이 된 것 같다"며 마음 한쪽이 텅 빈 느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나에게 했던 것처럼 아내에게도 잘해줄 좋은 남편이 될 것"이라며 미안함과 고마움이 교차하는 진심 어린 축복을 건넸다.
게시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저마다의 추억을 꺼내놓으며 공감의 댓글을 남겼다. "나의 한 시절이 완전히 닫히는 기분일 것 같다", "사랑이 끝났어도 그 사람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 참 예쁘면서도 슬프다", "누구나 가슴 속에 묻어둔 '그 사람'의 결혼 소식을 들으면 저런 기분이 들 것 같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네티즌은 "그 시절 당신이 받았던 사랑은 가짜가 아니었기에 지금의 허전함도 소중한 감정"이라며 A씨를 다독였다. 한때 전부였던 사람을 완전히 떠나보내는 과정은 누구에게나 아릿한 성장의 기록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