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가 지속되면서 한때 '사모님 패션'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모피가 새로운 모습으로 패션계에 복귀하고 있습니다. 과거와 달리 윤리적 소비 트렌드에 맞춰 인조 모피와 중고 제품을 중심으로 한 변화가 눈에 띕니다.
지난 26일 패션 플랫폼 29CM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파 특보가 발령됐던 지난해 12월 말부터 한 달 동안 퍼 재킷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1% 폭증했습니다.
영하권 기온이 계속되면서 실용성과 패션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아이템으로 재평가받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유통업계도 이러한 소비자 니즈에 맞춰 모피 관련 기획전을 늘리는 추세입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관찰되고 있습니다. 미국 CNN은 최근 보도에서 "몇 년 전만 해도 뉴욕에서 진짜 모피 코트를 입고 다니는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올겨울 강추위 속에서는 1950년대처럼 모피가 다시 거리로 돌아온 듯한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동물권 보호 의식이 확산되면서 소비 패턴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샤넬, 구찌, 프라다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천연 모피 사용을 전면 중단했으며, 글로벌 미디어 기업 콘데 나스트도 패션 콘텐츠와 광고에서 동물 모피를 제외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유럽연합(EU)에서는 모피 사육 금지 논의가 진행 중이고, 폴란드는 2033년까지 단계적 폐지를 확정했습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인조 모피와 중고 제품이 퍼 패션의 새로운 주축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 '더리얼리얼'에서는 지난해 '빈티지 모피 코트' 검색량이 전년 대비 191%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국내에서는 걸그룹 아이브 장원영이 착용한 퍼 재킷이 화제가 되며 인조 모피 열풍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장원영은 지난달 김포국제공항 출국 당시 흰색 퍼 재킷을 선보여 주목받았습니다. 해당 제품은 국내 브랜드 로라로라의 인조 모피 재킷으로, 합리적인 가격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장원영은 이후 다른 행사에서도 인조 퍼 제품을 다시 착용하며 다양한 스타일링을 선보였고, 일부 상품은 완판되기도 했습니다.
성신여대 소비자산업학과 허경옥 교수는 "윤리적 소비와 동물 보호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천연 모피에 대한 거부감은 커지고 있다"며 "대신 보온성과 완성도가 높은 인조 모피나 중고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극심한 추위라는 기후적 요인과 윤리적 소비 문화가 결합하면서 퍼 패션이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재탄생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