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영어를 몰라서요"... 서울시, 유네스코 메일 읽씹한 황당 이유

서울시가 종묘 인근 142m 초고층 재개발 계획을 추진하면서 유네스코의 세계유산 영향평가 요청을 받았으나 반년 넘게 방치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지난 14일 MBC 보도에 따르면 유네스코는 지난 3월 서울시의 고층 건물 개발 계획을 우려하는 외교 문서를 국가유산청에 보냈습니다.


유산청은 4월 7일 관련 조치를 해달라며 유네스코 원문을 서울시에 전달했습니다.


MBC


그런데 서울시는 나흘 뒤 대응방안을 마련할 수 없다고 회신을 보냈습니다.이코모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의 검토의견서가 영어원문으로 작성돼 의미 파악을 할 수 없다며 번역을 요청한 겁니다.


이에 유산청은 5월 28일 원본 문서의 주요 내용을 한글로 정리해 다시 공문을 보냈지만, 서울시는 이번에는 아예 회신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답변이 오지 않자 유산청은 9월 23일 '검토사항 이행에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한다'는 공문을 또다시 보냈으나 여전히 조치가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한 달 뒤인 10월, 서울시는 세운4구역 초고층 개발 계획을 고시했습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극우인사 모스탄에게는 영어 메일까지 보내던 서울시가 갑자기 '선택적 영어 문맹'이 된 거냐"며 "무능을 넘어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비판했습니다.


종묘 / 문화재청


논란이 커지자 서울시 관계자는 해당 공문이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판단할 만한 내용이 아니었다"며 "문화재는 전문 분야니 국가유산청에 정확한 해석을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한 "세운4구역은 19년간 13번의 문화재 심의를 받아왔고, 종로 일대의 슬럼화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유산청과 주민 등 관계 주체들의 협의가 원만히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