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전설의 고향 세트장 같다"... 부산 '옛돌스트리트' 둘러싼 뜻밖의 반응

부산 남구 이기대 예술공원에 조성된 '옛돌스트리트'를 둘러싸고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환수한 석조 유물들이 전시되면서 "낮에도 무서워서 지나가기 힘들다"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10일 부산시는 올해 초부터 이기대 일대를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문화 명소로 조성하는 '이기대 예술공원'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고 있습니다.


총 3단계로 나뉜 이 사업의 첫 단계로 용호동 오륙도 해맞이공원에 연면적 6000㎡ 규모의 오륙도 아트센터와 2500㎡ 크기의 탐방센터, 옛돌스트리트, 목조 전망대 등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부산 이기대 예술공원 내 설치될 석조 유물 모습 / 주민 커뮤니티


논란의 중심인 옛돌스트리트에는 옛돌문화재단이 일본에서 환수한 석조 유물 65점이 전시될 예정입니다.


전시품에는 사대부 무덤 앞을 지키는 문인석과 봉분 앞의 장명등,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한 석장승, 사찰과 관청의 조명을 밝히던 관솔등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실제 유물들이 설치되면서 주변 주민들의 반응이 예상과 달리 부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공원 인근에 거주하는 3000여 가구의 아파트 주민들은 지역 커뮤니티를 통해 "석상이 음침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전설의 고향 세트장 같다", "으스스해서 낮에 지나가기도 무섭다", "오래된 석상으로 무덤 분위기가 난다" 등의 불만을 연이어 표출하고 있습니다.


이들 유물은 조선 초기와 중기의 것으로, 일제강점기에 약탈당하거나 반출된 뒤 지난 2001년 옛돌문화재단 이사장이 일본에서 환수한 것들입니다.


부산 남구 이기대공원에 설치 중인 옛돌스트리트 모습 / 부산시


그동안 재단 수장고에 보관되어 왔던 이 유물들은 이번에 부산시에 기증되어 전시되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자 옛돌문화재단 관계자는 "이기대에서 일본이 보인다는 점에 착안해 일본에서 환수한 유물을 중심으로 기증한 것"이라며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석상의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