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울산 화력발전소 붕괴 현장 투입된 '30년 차 구조대원'... "목숨 걸고도 구하지 못해 죄송"

울산 화력발전소 붕괴 사고 현장에서 구조 작업에 투입된 30년 차 베테랑 구조대원이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했습니다.


지난 10일 JTBC는 중앙119구조본부 특수구조대 양영안 팀장과의 인터뷰를 공개했습니다. 양영안 팀장은 무너진 보일러 타워 안에서 벌어진 절망적인 구조 작업 과정을 상세히 공개했습니다.


JTBC


사고 현장의 보일러 타워는 당장이라도 완전히 무너질 듯 위험하게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양 팀장은 당장 구조물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목숨을 걸고 구조 활동을 벌였습니다.


타워 안쪽에는 파란색 철근 더미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고, 이곳이 한쪽 팔이 끼인 채 갇혀 있던 김 모 씨에게 도달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습니다.


양 팀장은 "소리를 내셨다. '아프다 아프다'. 이렇게 대화도 했었다. 그래서 물 같은 것도 좀 드리고. 그 다음에 아프다고 그러면 진통제 같은 것도 좀 놔드렸다"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습니다.


이처럼 구조대원들은 생존자와 소통하며 물을 제공하고 진통제를 투여하는 등 최선을 다해 응급처치를 시행했습니다.


뉴스1


구조 작업은 극도로 위험한 상황에서 진행됐습니다. 무게를 견디지 못해 언제든 2차 붕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구조대원들은 한 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에 투입됐습니다.


양 팀장은 구조 과정에 대해 "흙으로 치면 동굴을 파는 식으로 그러니까 여기 철근이나 뭐 철판 이런 게 자재들이 많으니까. 그거를 잘라 가지고 뒤로 빼내면서 공간을 확보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철근과 철판 등 무거운 자재들을 하나씩 절단하고 제거하면서 생존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나갔지만,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와 튀르키예 대지진 현장에서 구조 경험을 쌓은 30년 차 베테랑 구조대원조차 이번 사고 현장에서는 한계를 느꼈습니다. 구조물의 불안정한 상태로 인해 추가 붕괴 위험이 상존했기 때문입니다.


양 팀장은 "차후에 바람이 불거나 2차 붕괴가 있었다가 그러면 사실 대원들도 안전을 장담 못 하는 거다"라며 당시 극한 상황을 전했습니다.


7일 새벽 울산 남구 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매몰자 수색 및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5.11.7/뉴스1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생존자를 구하지 못한 구조대원들은 깊은 상실감과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양 팀장은 "죄책감이라든지 상실감이라든지 구조를 못 했다는 거에 대해서 상당히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저도 뭐라고 이렇게 말씀드릴 수가 없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앞서 지난 6일 오후 2시 2분께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에서 철거를 앞둔 약 60m 높이의 보일러 타워가 무너져 작업자 9명을 덮쳤습니다.


2명은 현장에서 바로 구조됐으나 4명은 사망했습니다. 실종자 4명 가운데 2명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2명은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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