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에게서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핵심 유전자 변이를 발견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한국인 특화 치매 치료법 개발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난 6일 국립보건연구원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최근호에 게재된 논문을 통해 'SORL1 유전자 변이'가 알츠하이머병 발병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핵심 인자라고 발표했습니다.
해당 논문의 제목은 '전장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을 통한 알츠하이머병 관련 새로운 유전 요인 규명 및 누적 효과 모델 제시'입니다.
연구는 보건연구원의 뇌 질환 연구 기반 조성 연구 사업(BRIDGE)을 통해 수행되었습니다. 연구팀은 동아시아와 유럽 환자 총 1만5701명의 유전정보를 심층 분석했습니다. 분석 결과 동아시아인의 21%에서 'SORL1 유전자 변이'가 발견된 반면, 유럽인에서는 단 2%만 확인되었습니다.
SORL1 유전자는 세포 내 단백질 수송과 분배를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유전자의 기능이 저하될 경우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현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치매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퇴행성 뇌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은 유전적 요인이 60∼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상원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를 비롯한 연구진은 "한국인 자료를 활용해 한국인 특성에 맞는 유전체를 발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진은 "해당 단백질들을 타깃으로 하는 치료제가 개발된다면 국내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여러 유전자 변이가 동시에 존재할 경우 위험이 누적되어 알츠하이머병 발병률이 급격히 상승한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는 것입니다.
고영호 보건연구원 뇌질환연구과장은 "환자마다 유전자 특성이 달라 잘 맞는 치료제와 치료법도 가지각색"이라며 "이번 연구로 의료진이 환자 맞춤 치료 전략을 세울 수 있는 길이 좀 더 넓게 열렸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그동안 알츠하이머 관련 연구는 주로 유럽 환자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한국인 등 동아시아 치매 환자들이 대거 포함되어 의료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의료계에서는 한국인에게 특화된 알츠하이머병 원인을 규명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중앙치매센터의 한국 치매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2023년 기준 약 87만 명에 달했습니다. 1인당 연간 치매 환자 관리 비용은 약 2639만 원으로 집계되었습니다. 2023년에만 치매로 인한 사망자는 1만4251명을 기록했습니다.
질병관리청은 2021년부터 국내 정상인, 경도인지장애, 치매 환자를 장기간 추적 관찰하며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노인성 치매 환자 자료를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