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역 사거리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로 일본인 관광객이 사망한 가운데, 유가족이 한국의 음주운전 처벌 수준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지난 2일 오후 10시경 종로구 동대문역 사거리에서 30대 남성 서 모 씨가 운전하던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일본인 모녀를 충돌시키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58세 일본인 여성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결국 사망했고, 38세 딸은 무릎 골절과 이마 열상 등 중상을 입었습니다.
사고 다음 날인 지난 3일, 사망한 일본인 여성의 유족 A 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한국에서 저의 어머니와 언니가 음주 운전 신호 위반 교통사고에 휘말렸고, 어머니께서는 돌아가셨다. 언니는 중상"이라고 밝혔습니다.
A 씨는 특히 한국의 음주운전 처벌 수준에 대한 걱정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가해 운전자가 가벼운 처벌만 받는다거나 손해배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들었다"며 "한국에서는 일본과 달리 (음주운전을) 강하게 처벌하지 않는 것이냐"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부상을 입은 30대 여성의 상태에 대해서도 A 씨는 "뉴스에서는 경상으로 보도됐지만, 실제로는 무릎뼈, 갈비뼈 등 여러 곳이 골절됐다. 이마도 10㎝ 정도 찢어져서 중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가해자 서 씨는 당시 소주 3병가량을 마시고 만취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기준인 0.08%를 넘어선 상태였습니다.
오사카에 거주하던 일본인 모녀는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첫날 이 같은 참변을 당했습니다.
이들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쇼핑을 마친 후 종로구 낙산성곽길을 구경하러 가던 중이었습니다.
A 씨는 "어머니가 드라마 'Eye Love You'의 촬영지였던 낙산공원에 가고 싶다고 예전부터 말씀하셨다"라며 "낙산공원 근처 교차로 사진을 메신저 배경으로 할 정도로 좋아하셔서 가고 싶으셨나 보다"라고 전했습니다.
'Eye Love You'는 일본 여성과 한국 남성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로, 지난해 일본 TBS와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되어 한국 배우 채종협의 출연으로 양국에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A 씨는 "사고를 당한 장소가 공원 바로 앞 교차로였다. 어머니는 결국 낙산공원에 도착할 수 없었다. 음주운전은 절대로 가볍게 용서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본 언론들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한국의 음주운전 처벌 수준이 지나치게 가볍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본 TV아사히는 "한국에서 경찰이 음주 단속을 시도하면 갑자기 달리고, 사고를 일으켜도 도주하는 경우도 있다"며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연간 13만건이 넘어 일본의 6배다. 한국의 인구가 일본의 절반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 큰 수치"라고 보도했습니다.
또한 "최근 5년간 음주운전 사고는 7만건을 넘는다"며 "한국 경찰은 음주운전을 단속하는 영상을 공개하고 국민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있지만 그래도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