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 이춘재의 전처가 31년 만에 침묵을 깼습니다.
지난 2일 방송된 SBS '괴물의 시간' 2부에서 이춘재의 전 아내 이모씨는 처음으로 충격적인 과거를 털어놨습니다.
이춘재는 1986년부터 1994년까지 경기 화성 지역에서 발생한 연쇄 살인 사건의 진범으로, 2019년 경찰 재수사를 통해 범행을 자백했습니다. 현재 그는 처제를 성폭행·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복역 중입니다.
전처 이씨는 방송에서 "제가 억울한 것도 있고 하고 싶은 얘기도 많지만, 지금 와서 이런 얘기를 한들 무슨 소용이 있나 싶기도 하다"라며 "그런다고 죽은 동생이 살아나지도 않지 않냐"고 말했습니다.
그는 가족들로부터 받는 원망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이씨는 "가족들도 나를 원망한다. 나보고 '네가 그 사람(이춘재)을 만나서 집안이 풍비박산 났다'고 한다"며 "나도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으면 예쁘게 살았을 것 같다. 한 사람 때문에 인생이 망가졌다"고 자책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이씨가 건설회사에서 일할 때 시작됐습니다. 하청업체 직원이었던 이춘재가 먼저 접근했다고 합니다.
이씨는 "그때 '남자가 참 손이 곱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나빠 보이는 면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때가 출소하고 얼마 뒤라는 걸 전혀 몰랐다"고 회상했습니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이춘재의 이중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어느 날 이웃집에서 사람이 죽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시체가 실려 나가는 모습을 함께 본 이춘재는 "너무 무섭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사건의 범인은 바로 이춘재 본인이었습니다.
이씨는 "경찰에서 이춘재가 한 거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말문이 턱 막혔다"라며 "'나는 왜 살려뒀을까, 나는 왜 안 죽였을까' 생각했다. 경찰이 '아이 엄마라서 그런 것 같다'고 하더라"고 전했습니다.
결혼 생활 중 이춘재의 폭력적인 성향도 드러났습니다.
아이를 임신한 이씨는 시부모와 함께 화성에서 살았는데, 이춘재는 지방에서 일하느라 집을 자주 비웠다고 합니다.
이씨는 "그 사람은 집에 잘 오지도 않았고 어쩌다 올 때도 빈손이었다"며 "제가 산부인과에 가야 해서 돈이 필요하다고 하면 꼭 시어머니 계좌로만 송금했다. 살가웠던 기억 자체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방송을 통해 이춘재의 일상적인 폭력성도 생생하게 증언됐습니다. 이씨는 "그 사람 루틴이 있는데, 저는 거기에 맞춰 움직였다"며 "루틴이 어긋나거나 뜻대로 안 되면 저한테 그냥 화풀이했다"고 돌이켰습니다. 이어 "눈빛이 돌변하는 순간이 있다. 지금도 소름이 끼치는데, 그러면 절대 건드리면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아이에게까지 폭력을 행사했다는 겁니다.
이씨는 "(이춘재가) 이유 없이 저를 때리고 있었는데 아이가 자다 깨서 기저귀 바람으로 나왔다. 그 사람이 쳐서 아기가 떼굴떼굴 굴렀다"며 "그걸 보고 어떤 엄마가 가만히 있냐. 대들다가 주먹을 정면으로 맞았다"고 떠올렸습니다.
그러면서 "그 와중에 병 주고 약 주더라. 멍 빨리 없어진다고 그 사람이 약도 사다 줬다"고 했습니다.
한편 이춘재는 2019년 경찰 재수사 과정에서 1986년 9월부터 1994년 4월까지 경기 화성에서 발생한 10건의 살인 사건과 1987년 12월 수원 여고생 살인 사건, 1989년 7월 화성 초등생 실종 사건, 1991년 1월 청주 여고생 살인 사건, 1991년 3월 청주 주부 살인 사건 등 4건의 살인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9건의 성범죄·강도 사건 등을 벌였다고 털어놨습니다.
이춘재가 자백한 23건의 사건의 경우 모두 혐의가 인정되나 공소시효가 만료돼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