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5일(월)

후임병에 '버피 테스트·냉수 얼차려' 지시한 선임병, '1심 무죄→항소심 유죄' 뒤집혀

강원도 고성군 부대에서 복무했던 병사가 후임병에게 가혹행위를 가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1심 무죄 판결이 항소심에서 유죄로 번복되었습니다.


1일 춘천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김성래)는 가혹행위 등 혐의로 기소된 A(23)씨에게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선임병의 지위를 이용해 후임병에게 위력을 행사해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준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는 2023년 1월 초 생활관에서 후임병 B씨의 태도에 불만을 품고 이른바 '버피 테스트'를 100회 실시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버피 테스트는 팔굽혀펴기를 한 후 일어나면서 점프하는 운동으로, B씨는 약 40회를 수행했습니다.


A씨는 같은 해 2월 5일 샤워 중인 B씨에게 냉수를 틀어놓고 "관등성명 대라"며 6차례 반복하게 했으며, 손전등을 얼굴 가까이 비추며 "눈 크게 떠라"고 지시한 후 약 10초간 불빛을 응시하도록 강요했습니다.


다음 날에는 불침번 근무 교대 사실을 전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욕설을 하고, "내가 원하는 답이 생각날 때까지 팔굽혀펴기 하라"고 명령해 약 40회를 시켰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google ImageFx


1심 재판부인 춘천지법 영월지원 형사1단독 강명중 판사는 이러한 행위들이 가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지시사항 전달에 소홀한 점이 있었고, 분대장인 A씨가 부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훈계 목적에서 얼차려를 부과한 것으로 보인다"며 "횟수도 과도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비슷한 상황을 겪은 동료 병사들이 장난으로 받아들였다"는 진술을 토대로 "피해자의 감수성이 예민했다는 이유만으로 가혹행위로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A씨가 B씨의 PX 카드로 식료품을 구입한 사기 등 혐의는 인정해 벌금 3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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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와 다른 판단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군 조직의 특성상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엄격한 만큼, 후임병이 선임의 명령을 거부하기 어렵다"며 "A씨의 지시는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위력 행사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냉수를 맞게 하거나 손전등을 비춘 행위는 단순한 장난이 아닌 인격권을 침해한 모욕적 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지휘관의 승인 없이 팔굽혀펴기 등의 얼차려를 시킨 점에 대해서는 "정당한 군기 훈련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피해자가 겪은 고통이 적지 않고, 현재까지 용서받지 못한 점을 고려했다"며 "다만 피고인이 초범이고, 젊은 나이인 점을 참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