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5일(월)

"그만 살아" 뇌병변 친형 살해한 60대... '심신미약' 주장에도 국민참여재판 거쳐 '징역 1년'

부산에서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친형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이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징역 10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지난달 31일 부산지법 형사5부(김현순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었으며, 배심원 9명과 예비 배심원 1명이 참여했습니다.


배심원들의 양형 의견은 징역 10년이 5명, 징역 7년이 2명, 징역 12년과 징역 8년이 각각 1명씩으로 나타났습니다.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들이 밝힌 양형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는 올해 4월 19일 오후 부산 사하구 감천동 자택에서 친형인 70대 남성 B씨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A씨는 수사 과정에서 "형도 힘들고 살 만큼 살았으니 이제 그만 사십시오"라고 말하며 B씨에게 안방에 가서 자라고 한 후, 혼자 술을 마시다가 '형이 삶을 연명하는 게 무익하다'는 생각이 들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습니다.


피해자 B씨는 2006년 뇌병변 장애 판정을 받고 강원도 인제군에서 홀로 살고 있었습니다. A씨는 올해 4월 B씨를 부산으로 데려와 함께 생활하기 시작했지만, 인지 능력이 낮은 B씨가 사건 전날과 당일 연이어 길을 잃어 어렵게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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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측 변호인은 "A씨가 우울증과 알코올 의존증을 앓았고,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이혼과 실직을 겪으며 증상이 악화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B씨를 부산에 데려온 후 피부과 진료를 받게 하고, 본인 돈으로 대장과 위 내시경 검사까지 해준 상태였다"며 우발적 범행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변호인은 A씨가 자수했고 심신미약 상태였다며 형 감경을 요청했습니다. "자수하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며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술을 1.8L 정도 마신 상태였던 점을 참작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반면 검찰은 A씨가 돌봄 등에 조언을 받을 수 있었지만 화가 난다는 이유로 형을 죽인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검찰은 "A씨는 2주 정도만 같이 산 상태에서 B씨가 사회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결국 화를 참지 못해 형을 살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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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참작할 동기가 없는 '보통 동기 살인'이라며 징역 10년을 구형했습니다. "A씨가 정상적인 판단력이 현저히 결여된 상태가 아니었다"며 "음주 운전뿐 아니라 음주 후 폭력 전력도 있기에 타인에게 해악을 미칠 가능성이 있으면 심신미약이더라도 감경 대상은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감경 사유 없이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하며 "사건 경위와 중대성 등을 고려해 자수를 했다고 감경을 하지 않고, 유리한 양형 요소로만 참작하기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지도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범행 전에 '1시간 뒤 형님을 죽일 테니 뒤처리를 부탁해 달라'고 112에 신고했다"며 "범행 이후에는 지인과 동생에게 연락해 형을 죽였다고 말하기도 했다"며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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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장 근본적이고 절대적인 가치"라며 "남녀노소, 건강 상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가리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국가와 사회가 보호해야 할 최고의 법익으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이유를 불문하고 절대 허용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피부병이 심해진 B씨를 부산으로 데려오고, 각종 건강검진을 받게 해줬다"며 "사건 전날에는 뇌병변 관련 치료를 예약하기 위해 부산대병원에 방문하기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사정들을 보면 A씨 범행은 계획적 살인이 아니라 B씨가 실종되는 일이 연달아 일어나자 홧김에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유족이 A씨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고, 우울증과 알코올 의존증 등 정신적 문제가 범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며 "범행 직후 112에 신고해 자수하기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