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이춘재 사건' 누명 쓴 채 세상 떠난 故 윤동일씨, 33년 만에 재심서 무죄 확정

화성 연쇄살인사건 9차 사건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고(故) 윤동일 씨가 33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지난 30일 수원지방법원 형사15부(부장판사 정윤섭)는 재심 선고 공판에서 윤동일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자백은 불법 구금과 강압 수사로 얻어진 것으로 신빙성이 없다""범죄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는 1992년 유죄가 확정된 지 33년 만에 내려진 뒤늦은 정의 실현입니다.


고 윤동일 씨 친형 윤동기씨(중앙)와 박준영 변호사(오른쪽 끝). 2025.10.30/뉴스1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 일대에서 여성 10명이 살해된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으로, 한국 범죄사상 최악의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윤동일 씨는 이 중 1990년 11월에 발생한 9차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어 수사를 받았습니다. 2019년 진범 이춘재가 모든 범행을 자백하면서 윤동일 씨가 강압 수사 끝에 허위 자백으로 희생되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당시 19세였던 윤 씨는 불법 연행되어 잠을 재우지 않거나 폭행을 당하는 등 가혹한 행위를 당했습니다. 이후 DNA 검사를 통해 사건과 무관함이 확인되었지만, 수사기관은 별건 강제추행 사건으로 다시 기소했습니다.


뉴스1


1991년 수원지방법원은 윤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고, 항소심에서도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윤 씨는 복역 후 석방되었으나 10개월 만에 암이 발병하여 1997년 2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22년 조사에서 "경찰이 불법 체포와 고문을 자행했다"고 결론지었으며, 법원은 지난해 7월 재심 개시를 결정했습니다.


검찰도 지난 9월 무죄를 구형하며 "오랜 세월 고통받은 피고인과 가족에게 사죄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 역시 이날 판결문에서 "당시 수사과정은 헌법이 보장한 인권의 한계를 명백히 넘어섰다"고 지적했습니다.


무죄 선고 직후 친형 윤동기 씨는 "이제야 동생이 떳떳한 마음으로 쉴 수 있을 것 같다"며 "진실을 밝혀주신 판사님과 검사님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윤동일 씨 유족은 국가를 상대로 5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