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 사적 이용 논란이 불거진 김건희 여사가 서울 종묘와 경복궁 등 주요 고궁을 9차례에 걸쳐 비공개 방문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특히 경복궁 근정전뿐만 아니라 창덕궁 인정전에서도 어좌에 앉았다는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2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보에 따르면 2023년 2월 김건희 씨가 창덕궁을 방문했을 당시 구두를 신은 채로 인정전 어좌에 앉았다"고 폭로했습니다.
양 의원은 "2월에 창덕궁 인정전 어좌에 앉았으니 9월에 경복궁 어좌에 못 앉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창덕궁 인정전은 국보 225호로 지정된 조선시대 왕의 즉위식과 결혼식 등 중요한 국가행사를 치르던 신성한 공간입니다.
창덕궁 전체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어 그 역사적 가치가 더욱 큽니다.
김 여사는 2023년 9월 12일에도 최응천 당시 국가유산청장과 이배용 당시 국가교육위원장 등과 함께 경복궁 근정전을 찾아 10여 분간 머무르며 어좌에 앉았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김 여사의 고궁 방문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2023년 3월 2일에는 조선 왕실 의궤 등이 보관된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를 방문했으나 관련 방문 기록이 누락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같은 달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경복궁 내 명성황후 침전인 건청궁 곤녕합을 찾아 단둘이 10여 분간 머물렀습니다.
지난해 9월 3일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를 비공개 방문해 차담회를 열고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봉안한 영녕전 신실을 무단으로 둘러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김교흥 문체위원장은 "김 여사가 공식 행사를 빼면 개인적으로 9번 고궁을 찾은 것"이라며 "고궁을 사적 유용하고 자기 집 드나들듯 한 부분을 국민에 사과해야 한다"고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공식 사과 입장을 밝혔습니다. 허 청장은 김 여사의 국가유산 사적 유용을 국가유산청이 방조했다는 지적에 대해 "국민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사적 행위이고, 누구도 해서는 안 되는 특혜 사례로 생각된다"며 "많은 국민께 분노와 우려를 유발한 데 대해 국가유산 관리 책임자로서 송구한 말씀을 드린다"고 머리를 숙였습니다.
허 청장은 "지금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사안의 심각성을 생각해 법무감사담당관실을 보강하고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국가유산청은 김 여사 방문 당시 경복궁과 종묘 등에서 근무한 관계자를 중심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규정을 위반한 정황이 없는지 살필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