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매일 코피 쏟는 이주노동자, "작업장 바꿔달라" 무릎 꿇었는데... 사장 가족은 '콧노래'만 불러 (영상)

최근 '지게차 학대' 사건으로 대통령까지 나서 경고했지만,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 사례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건강 악화로 작업장 변경을 요청하는 이주노동자에게 업주가 콧노래를 부르며 무시하는 등 충격적인 사례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JTBC


지난 28일 JTBC의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의 한 왁스 제조 공장에서 일하는 22세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 A씨는 지난해 8월 한국에 입국한 후 독성 화학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심각한 건강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시커먼 화학 용액을 다루는 작업을 하던 그는 근무한 지 1년도 채 안 돼 매일 코피를 쏟기 시작했습니다.


병원에 간 그는 '부비동염' 진단을 받았습니다. 의사는 "당분간 현재 업무가 불가하다"는 소견을 냈습니다.


A씨는 건강 악화에 대한 두려움으로 사장 앞에 무릎을 꿇고 다른 사업장으로의 이직을 허락해달라고 간청했습니다.


하지만 사장은 "도와주긴 인마, 누가 도와줘. 베트남 가 그냥. 한국 사람들 다 힘들어. 너 때문에"라며 매몰차게 거절했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사장 가족의 반응이었습니다. 사장 가족은 "안돼! 안돼! 안돼!"라고 외치더니 콧노래를 부르며 "누가 이기나 해보자"고 A씨를 조롱했습니다. 이 모습은 JTBC가 공개한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Google ImageFx


같은 사업장의 다른 베트남 노동자 B씨 역시 무거운 짐을 나르다 허리를 다쳤지만 직장을 옮기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B씨는 "'여기서 일을 못 하겠으면 베트남에 가라. (계약 기간) 연장해주지 않을 거다, 불법 체류자로 살아라'라고 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고용허가제'가 지목되고 있습니다. 현행 제도 하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을 변경하려면 기존 사업주의 허가를 받거나, 정부에 자신이 입은 피해를 직접 입증해야 합니다.


원옥금 이주민센터 동행 대표는 JTBC에 "인권침해를 노동자가 어떻게 입증하겠느냐"며 "외국인 노동자를 무시하고 함부로 대할 수 있는 법"이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고용허가제는 2004년 도입된 이후 노동계에서 줄곧 폐지를 요구해왔지만, 불법체류 급증에 대한 우려 등으로 제도 개선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기준 국내에는 약 30만 명의 이주노동자가 고용허가제를 통해 일하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이 사업장 변경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가 된 왁스 제조 업체 측은 "노동자들과 잘 해결해 나가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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