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자본론' 소지했다가 옥살이까지 한 서울대생... 재심서 42년 만에 '무죄' 선고받았다

40여 년 전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 등 이적표현물 소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남성이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4단독 김길호 판사는 지난 28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진태(72)씨의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정씨는 당시 고문과 수사기관의 회유·강압을 받았다며 항소와 상고를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상황이었습니다.


일 오전 서울남부지법에서 40년 만에 국가보안법 재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정진태 씨(72, 왼쪽 두번째)가 재판을 마치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 뉴스1


올해 4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는 이 사건에 중대한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판단하여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습니다.


진화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씨는 1983년 2월15일 검거된 후 구속영장 집행까지 23일간 불법 구금되었고, 조사 과정에서 구타 등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또한 정씨가 주장해온 수사기관의 회유와 허위자백 강요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김 판사는 이날 무죄를 선고하면서 "자본론뿐 아니라 카를 마르크스 사상이 담긴 저서는 국내에서 공식 출판되고 널리 읽혔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피고인이 가입해 활동한 스터디 클럽을 반국가단체인 북한에 동조할 목적으로 보기 어렵다.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거나 반국가의 목적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Google ImageFX


그러면서 "피고인은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으로 서적을 소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정씨는 판결 후 "40년 동안 짓눌렸던 굴레를 벗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아울러 "그동안 직장도 제대로 못 잡고 어려운 생활을 했다"며 "이제야 정말로 정식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된 기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씨 측은 이날 무죄 판결을 근거로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