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청담동 매장에서 근무했던 직원이 법정에 출석해 김건희 여사의 샤넬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된 핵심 증언을 했습니다.
지난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 재판을 열었습니다.
이날 재판에는 2022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샤넬 매장에서 근무했던 직원 A씨가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특검 측에 따르면 A씨는 2022년 7월 8일 샤넬 가방을 교환하러 온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 직원 일행을 응대했습니다.
A씨는 이날 모닝 브리핑이 끝나고 부점장으로부터 '영부인 교환 건'과 관련해 손님이 올 예정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는 당일 오후 3~4시경 해당 고객들을 응대했다고 합니다. 매장을 방문한 것은 여성 2명이었습니다. A씨는 "두 명 다 여성이었고, 한 명은 단발머리로 기억한다"며 "코로나 시기에다 성수기여서 매장을 들어오려면 최소 1, 2시간은 대기해야 하지만 이들은 대기 없이 들어왔다"며 이례적인 대우를 받았음을 시사했습니다.
특검 측은 단발머리 방문자를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나머지 한 명을 김 여사 측근인 21그램 대표의 아내 조 모 씨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A씨는 "얼굴이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특검에 따르면 유 전 행정관과 조씨는 '샤넬 클래식 라지' 가방을 더 저렴한 '샤넬 클래식 미디움' 가방으로 교환했으며, 남은 차액에 추가 금액을 더해 '샤넬 카메라백'을 추가로 구매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매장 내에서 유 전 행정관이 영상통화를 하며 상대방에게 샤넬 제품 여러 개를 보여주는 행위를 했다는 증언입니다.
A씨는 "무선이어폰을 착용하고 영상통화를 하며 제품을 계속 보여주는 듯한 행위를 했다"고 기억했지만, 통화 상대방이 김 여사인지는 모른다고 했습니다.
윤 전 본부장 측 변호인은 "영부인이 샤넬 제품을 선물 받는다면 그 자체가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어 다소 의문이 드는 상황"이라며 "영부인이 교환하고 싶어서 온다는 말을 들은 건 정확하냐"고 물었습니다.
이에 A씨는 "영부인, 선물, 교환 세 가지 단어는 기억한다"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윤 전 본부장 측에 "가방을 구매한 것과 (건진법사) 전성배 씨에게 교부한 것 자체는 인정하느냐"고 질문했고, 윤 전 본부장 측은 "그렇다며" 이를 인정했습니다.다만 "김 여사에게 최종적으로 전달됐는지는 알지 못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며 증거 인멸과 업무상 횡령 등은 부인했습니다.
윤 전 본부장은 김 여사를 위한 선물 명목으로 2022년 4~6월 총 2,000만 원 상당의 샤넬 백 2개와 2022년 6~8월 6,000만 원대 영국 그라프사 다이아몬드 목걸이, 천수삼 농축차 등을 건진법사 전성배 씨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이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 사업 지원, YTN 인수, 대통령 취임식 초청,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등 통일교 현안을 청탁하기 위해 김 여사에게 접근하려 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11월 3일 추가 증인 신문을 진행한 후 11월 17일 변론을 종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통상 종결 후 선고까지 2~3주가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은 연내에 1심 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같은 날 오전에는 윤 전 본부장과 공범으로 기소된 한학자 통일교 총재와 정원주 천무원 부원장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이 진행됐습니다.
통일교 측은 입장문을 통해 "한 총재는 법원의 절차를 존중하고 진실을 적극 소명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 출석했다"며 "정치와 무관하며 어떠한 불법적 행위를 지시한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