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부동산 대책'의 여파로 수도권 청약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사다리가 끊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대출 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중도금 대출 한도는 줄고 잔금 대출의 문턱은 높아졌습니다.
여기에 청약 자격 조건까지 까다로워지면서, 무주택 서민과 청년층이 사실상 청약 시장에서 밀려나는 상황입니다.
지난 26일 금융당국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번 대책으로 규제지역으로 묶인 지역에서 지난 16일부터 입주자 모집공고를 낸 단지는 중도금 대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기존 60%에서 40%로 낮아졌습니다.
분양대금은 보통 계약금 10%, 중도금 60%, 잔금 30%로 구성되는데, LTV 축소로 인해 계약자가 더 많은 자기자본을 마련해야 하는 구조가 된 것입니다.
예를 들어 규제지역의 15억 원짜리 아파트에 당첨될 경우 기존에는 중도금 대출로 9억 원 중 5억4천만 원까지 빌릴 수 있었지만, 이제는 6억 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합니다. 나머지 3억 원은 당첨자가 직접 마련해야 합니다.
잔금대출 역시 15억 원 이하 6억 원, 15억~25억 원 이하 4억 원, 25억 원 초과 2억 원으로 한도가 제한됐습니다. 과거에는 전세를 끼고 매수해 잔금 부담을 줄일 수 있었지만, 6·27 대책 이후 이마저도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분양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중도금과 잔금 대출 규제가 동시에 적용되면서 분양가 16억 원 아파트의 경우 자기자본을 12억 원 이상 준비해야 한다. 결국 현금이 풍부한 사람만 청약할 수 있는 구조가 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울의 분양가 현실도 실수요자에게는 부담입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민간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4,551만1,000원으로, 전용 84㎡ 기준 약 15억4,700만 원에 달합니다. 게다가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공사비가 더 오를 가능성이 높아 분양가가 낮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10·15 대책'은 청약 자격 기준도 한층 강화했습니다. 규제지역에서는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24개월 이상이어야 1순위 자격이 주어집니다. 수도권 비규제지역의 12개월 요건보다 두 배나 긴 기간입니다. 또한 비규제지역에서는 가구원도 청약이 가능했지만, 규제지역에서는 가구주만 일반공급 1순위와 생애최초 특별공급에 신청할 수 있습니다.
추첨제 물량 비율도 크게 줄었습니다. 비규제지역에서는 전용 85㎡ 이하 주택의 경우 전체 공급 물량 중 가점제 비율이 40% 이하로 제한됐지만, 규제지역에서는 전용 60~85㎡의 가점제 비율이 70%로 늘어 추첨제는 30%에 불과합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로 청약 시장 참여자들이 '가점 확보'와 '현금 동원'이라는 이중고를 겪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한편 건설업계에서는 중도금 대출 축소가 '주택 공급 절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중도금은 착공 자금을 충당하는 핵심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자금이 막히면 조합과의 갈등이 커지고, 둔촌주공 사태처럼 공사가 중단되는 사업장이 다시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대출을 조이면서 공급확대를 말하는 것은 정책의 엇박자라고 비판도 함께 제기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