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에어컨 설치 작업 중 사망한 20대, 노동당국 '무혐의' 결정에 유족 반발
전남 장성의 한 중학교에서 폭염 속에 에어컨 설치 작업을 하다 숨진 20대 작업자 사건과 관련해 노동당국이 원청과 하청 관계자들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30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달 13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아온 원·하청 업체 관계자들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의견을 송치했다고 밝혔다.
노동당국은 사망한 에어컨 기사 A(27)씨와 원·하청 관계자들 사이에 중대재해처벌법이 규정하는 범위 내에서 직접적인 사망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 13일 오후 4시 40분경 전남 장성군의 한 중학교 급식실에서 에어컨 설치 작업 중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쓰러져 사망했다.
사고 당일 A씨는 점심식사 후 낮 1시 40분부터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은 실내에서 보조작업을 하다가 건물 밖 화단에서 쓰러진 것으로 파악됐다.
업체 측은 오후 5시 9분경 A씨가 화단에 누워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가족에게 "데려가라"는 메시지와 함께 전송했다.
A씨는 오후 5시 10분경 의식을 잃었으나, 업체 측이 119에 신고한 시간은 그로부터 약 20분이 지난 오후 5시 30분경이었다.
119 도착 당시 A씨의 체온은 고온으로 인해 측정이 불가능한 상태였으며, 사망 후 측정한 체온은 40도 이상이었다.
유족 측 대리인인 박영민 노무사는 "노동청은 고인이 정신착란 상태에서 무단이탈한 것으로 판단하고, 사망 원인을 열사병이 아닌 개인적 문제로 돌렸다"며 "정신질환 때문이라는 설명은 유족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현장 사진을 보면 그늘도 없는 화단에 쓰러져 있었다"며 "회사는 119나 직장 동료가 아닌 어머니에게만 3차례 문자를 보내 '골든타임'을 놓쳤는데 '사후조치로 충분했다'는 평가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A씨의 유족은 7월 1일 오전 11시 광주지방노동청 앞에서 지역 노동단체와 함께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