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2일(월)

'이천쌀·파리바게뜨 빵' 아니면 안 먹는다며 '무료 급식소' 음식변경 요구하는 노숙자들

Facebook 'Vincenzo Bordo'


[인사이트] 조세진 기자 = 경기 성남시에서 노숙인 무료급식소 '안나의 집'을 운영하는 김하종 신부가 일부 노숙인들의 무리한 요구에 허탈감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지난 12일 김하종 신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안나의 집도 호텔 레스토랑처럼 메뉴판을 준비해야 할까?"라고 운을 떼며 최근 있었던 사연을 전했다.


공개된 글에 따르면 김 신부는 11일 한 노숙인에게 도시락과 다음날 아침으로 먹을 빵을 줬다.


그런데 한 할머니가 빵 봉투를 열어보더니 "전 이런 빵 안 먹어요. 파리바게뜨 단팥빵 없을까요? 있으면 바꿔주세요"라고 했다고 한다.



Facebook 'Vincenzo Bordo'


또 어느 날은 도시락을 받아 간 한 할아버지가 다시 와서 "신부님 이거 이천 쌀 아니죠? 이천 쌀 아니면 안 먹어요. 다음부터 이천 쌀로 밥해주세요"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무리한 요구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올해부터는 음식과 함께 물도 지급하고 있는데 일부 노숙인이 "물이 너무 따뜻해. 다음부턴 시원하게 얼려서 줘"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이런 요구를 들을 때마다 아주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그는 "진짜 메뉴판을 준비해야 하나 싶다"며 "도시락, 간식, 후원 물품들은 당연하게 있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Facebook 'Vincenzo Bordo'


이어 "많은 분의 후원 그리고 봉사자, 직원분 사랑과 노고가 있기에 있을 수 있다. 이 점을 알고 당연한 마음이 아닌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 가 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앞서 김 신부는 지난해 12월 한 모녀가 벤츠를 타고 무료 급식을 받아 가려고 한 사연을 공유한 바 있다. 


당시 김 신부가 도시락이 부족하다고 알렸는데도 '공짜 밥 주는 곳인데 왜 막느냐'며 오히려 짜증을 냈다는 모녀의 사연이 전해지면서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한편 사회복지법인 '안나의 집'은 지난 1998년 7월 외환위기 이후 급증한 실직자와 노숙인을 위해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 실내 무료급식소다. 이탈리아 출신인 김 신부는 지난 1990년 한국을 찾은 뒤 2005년 귀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