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말들이 잇따르고 있다. 겉으로는 장 대표의 방미 사진 논란과 국민의힘 지지율 추락을 비판하는 흐름이지만, 지방선거 셈법으로 들어가면 얘기는 달라진다. 장 대표가 자리를 지키는 편이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인식도 적지 않다.
논란은 장 대표가 공개한 미국 방문 사진에서 시작됐다. 장 대표는 지난 16일 현지시간 미국 국무부 차관보와 면담했다며 사진을 공개했지만, 사진 속 뒷모습의 인물이 개빈 왁스 공공외교 차관 비서실장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커졌다. 민주당은 이를 계기로 장 대표 리더십을 다시 도마 위에 올렸다.
지난 24일 박성준 민주당 의원은 유튜브 채널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장 대표의 사퇴 가능성을 거론했다. 박 의원은 방미 사진 논란과 관련해 "도저히 버틸 수 없을 것"이라며 "지방선거가 또 하나의 전환점으로 가고 있다. 걱정이다"고 말했다.
진행자인 김어준씨는 오히려 장 대표의 잔류를 바라는 듯한 말을 했다. 김씨는 "장 대표는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화이팅"이라며 "민주당에선 전략자산이기 때문에 잘 버텨주길 바란다"고 했다. 장 대표를 향한 비판이 조롱으로만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지방선거 구도와 맞물린 정치적 계산으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장 대표 체제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3일 공개한 전국지표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도는 15%로 집계됐다. 2020년 9월 창당 이후 최저치다. 같은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도는 48%였다.
민주당은 그동안 지방선거 국면에서 장 대표를 국민의힘의 약한 고리로 부각해왔다. 정청래 대표는 지난 19일 "남의 당 일이지만 부끄럽다"고 했고, 박지원 의원은 지난 17일 "패륜 당대표가 있는 한 패가망신"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장 대표가 버티면 우리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다"며 "반대로 사퇴하면 국민의힘이 쇄신 프레임을 들고 나올 수 있고, 보수층 결집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고 했다. 장 대표를 공격하는 것과 장 대표 퇴진 이후의 선거 구도를 따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의미다.
여권 인사들 사이에서는 국민의힘의 추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인천 연수갑에 전략공천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24일 KBS 전격시사에서 "야당의 지지도가 이렇게 무너진 것에 대해서 기쁜 마음보다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는 견제와 균형인데 건전한 야당이 있어야 건강한 여당이 서로 될 수가 있다"고 했다.
송 전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장 대표 체제 전환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그는 "최소한 국민의힘이 제대로 된 기본 성과를 내려면 즉각 장동혁 체제를 퇴진시키고 참신한 인물을 영입해서 비대위 체제로 가야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장동혁 사퇴론은 공격과 경계가 뒤섞인 모양새다. 장 대표 체제가 계속될수록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부담은 커진다. 그러나 장 대표가 물러나면 민주당이 쥐고 있던 '장동혁 리스크' 카드도 약해진다. 지방선거를 앞둔 민주당이 장 대표를 때리면서도 그의 퇴진 가능성을 계산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