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4월 06일(월)

김치통에 돈가스 26장 '꽉꽉'... 무한리필 식당에 '무단 포장' 빌런들 잇따라

고물가에 무한리필 식당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음식을 몰래 가져가는 손님들이 연이어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에 따르면 올해 2월 서울 지역 김밥 한 줄 가격은 3800원으로 작년 대비 7.4% 상승했다. 칼국수는 9962원(5.3% 상승), 삼계탕은 1만8154원(4.7% 상승)을 기록했다. 서민 음식으로 여겨지던 비빔밥도 1만1615원, 냉면은 1만2538원까지 올랐다.


여기에 최근 중동 사태에 따른 고유가·고환율 여파로 인해 상황이 더욱 어려워지자 무한리필 식당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직장가인 구로동·가산동 일대에는 이런 뷔페형 밥집이 건물마다 1~2개씩 생길 정도로 급증했다.


하지만 자율적 이용 질서에 의존하는 무한리필 시스템의 허점을 노린 도덕적 해이 현상이 문제가 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6일 아시아경제 보도에 따르면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역 인근의 한 식당은 인당 8천원에 돈가스, 짬뽕, 탕수육, 각종 나물을 제공하고 있다. 해당 식당 벽면에는' 최근 지속적으로 음식을 몰래 반출하려다 적발되는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는 경고문이 부착됐다.


매니저 강푸른씨(33)는 "며칠 전 30대 남성이 돈가스 17장을 등에 넣고 나가다가 등이 너무 툭 튀어나와 있어 잡았다"며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해당 식당에 온 손님 중 한 명은 8ℓ짜리 김치통에 돈가스 26장을 꽉 채우기도 했다.


가산디지털단지역 인근에서 한식 뷔페를 운영하는 정인숙씨(59)도 비슷한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단골이 커다란 배달 용기를 챙겨 와 나물을 쓸어 담다 걸린 적도 있다"며 "배신감에 손이 떨렸다"고 했다. 이어 "경찰서에 가자고 해도 사과 한마디 없이 '혼자 살아서 저녁에 먹으려 했다'고 우겨대니 미칠 노릇"이라고 털어놨다.


음식을 무단으로 반출하는 손님들의 연령대는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했다. 이렇다 보니 업주들 사이에서는 여러 매장을 돌며 상습적으로 음식 반출을 시도하는 손님 정보가 공유되기도 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업주들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박리다매형 수익 구조 때문이다. 강씨는 "인당 1000원 남짓 남는 장사"라며 "사정이 어려운 분은 마감 이후 오시면 무료로 대접하겠다고 공지까지 했지만, 도움을 요청하는 이는 없고 몰래 가져가는 사람들만 늘어 허탈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외식업계는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수익은 감소하는 불황형 성장에 직면해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외식업체 경영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외식업체당 연평균 매출액은 2억5526만원으로 2021년 대비 41.1%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12.1%에서 8.7%로 하락했다. 재료비와 인건비 등 영업비용이 매출 증가율을 웃돌았기 때문이다.


김시월 건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아시아경제에 "불황이 만들어낸 새로운 소비 구조가 다시 질서 문제로 번지며 자영업자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가성비 소비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발생한 도덕적 해이가 결국 상생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서글픈 현실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