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수년간 폭행·협박하고 반려묘를 해치며 위협한 30대 소방공무원 출신 남편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습니다.
지난 11일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 협박, 특수상해, 상해, 협박, 동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35)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A씨에게 사회봉사 80시간과 폭력 치료강의 수강 40시간을 명령했습니다.
소방공무원이었던 A씨는 지난 2020년 5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약 3년 5개월간 아내 B씨(32)를 20여 차례에 걸쳐 폭행하고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5월 B씨가 SNS에서 다른 남성의 이름을 검색했다는 이유로 다툼을 벌이다 주먹과 발로 전신을 폭행해 약 4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처를 입혔습니다.
같은 해 6월에는 금전 문제로 갈등을 겪던 중 자신의 팔에 바늘을 꽂아 피를 흘리는 장면을 촬영한 뒤, 자살을 암시하는 문구와 함께 해당 영상을 B씨에게 문자메시지로 전송했습니다.
A씨는 2021년 7월 결혼한 이후에도 투자 실패 등의 문제로 다툼을 벌이며 B씨를 폭행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2022년 3월에는 부엌칼로 침대 매트리스를 찍고 B씨의 휴대전화를 파손해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A씨는 B씨의 112 신고에 앙심을 품고 "이 일을 해결 못 하면 사람을 풀어서라도 고양이와 당신, 그리고 가족들을 죽이겠다"는 협박 문자를 보냈습니다.
또한 A씨는 B씨의 고양이를 발로 차는 장면을 촬영해 전송하고, '하나하나 죽이고 보자'는 메시지와 함께 고양이 목을 잡고 있는 사진을 보냈습니다.
A씨는 "특수협박으로 신고한 것을 수습하지 못하고 직장에 통보되게 만들면 네 고양이, 너, 네 가족도 다 죽여버리겠다"는 문자도 전송했습니다.
A씨의 문자에 고양이가 걱정된 B씨가 집으로 돌아오자, A씨는 B씨의 머리채를 잡아끌었고, B씨가 창문으로 도망치려 하자 다시 머리채를 잡아 넘어뜨리는 등 폭행을 지속했습니다.
2022년 말에는 B씨가 귀가하지 않자 자신의 상반신이 피로 젖어있는 사진을 전송하거나 집 바닥에 '살고 싶다'는 혈서를 쓴 사진을 보내며 B씨 때문에 자살할 것처럼 암시하는 문자를 발송했습니다.
A씨는 이 밖에도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거나, B씨가 친정으로 간 뒤 연락에 응하지 않자 4시간 30분을 타이머로 설정한 사진을 보내며 "시간 안에 나타나지 않으면 고양이를 다 죽이고 이후에 너도 죽이겠다"고 위협하는 등 지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1심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피해자는 가장 안전해야 할 거주지에서 극심한 불안감과 고통을 느낀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A씨는 항소심에서 "B씨를 폭행하거나 상해를 가한 사실이 없고 유형력의 행사가 있었더라도 부부싸움 과정에서 서로 가볍게 밀고 당기고 밀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폭행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B씨의 부당한 행위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정당방위"라고 항변했습니다.
A씨는 112 신고에 대한 보복 협박에 대해서도 화가 나 다소 부적절한 발언을 했을 뿐 보복의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폭력 관련 범죄 8개 중 7개는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다만 2020년 9월 원주 B씨 집에서 돈 문제로 말다툼하던 중 A씨가 B씨의 머리를 잡아끌고 여러 차례 밀어 넘어뜨려 폭행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유죄로 인정한 혐의 대부분에 대해 피해자 진술이 일관적이고 문자메시지, 치료 내용 등 기록과 진술이 일치해 신빙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반면 무죄로 판단한 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행위를 저지른 시점과 장소가 불명확해 주거지에서 폭행이 있었다는 점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보복 협박 혐의에 대해서는 A씨가 '경찰', '경찰서'와 같은 단어를 언급하며 피해자에게 협박 문자를 보낸 점과 각 협박 행위가 112 신고 이후 이뤄진 점, 피해자가 오랜 기간 폭행 등 수십 차례 이상의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었던 점 등을 근거로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각 범행의 경위와 방법 등에 비춰 보면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고 비난 가능성 또한 크다"면서도 "피고인은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당심에 이르러 피해자와 합의해 피해자가 이 법원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기재된 합의서를 제출했다"며 감형 이유를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