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1월 12일(월)

"새 엄청 많습니다"... 참사 여객기 '블랙박스'에 담긴 다급한 조종실 대화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당시 조종사들이 새 떼와 충돌한 직후 15초라는 극히 짧은 시간 동안 비상 매뉴얼에 따라 비상착륙을 시도했던 블랙박스 음성 기록이 최초로 공개됐습니다.


지난 10일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비례대표)이 확보한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 공청회 자료집에는 12·29 여객기 참사 당시 조종사들의 대화 내용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김 의원은 '12·29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항철위는 이번 여객기 사고를 조류, 방위각 시설, 기체, 엔진, 운항, 인적요인 등 6개 세션으로 나누어 분석했는데요. 인적요인 섹션에는 사고 당시 75초간 진행된 조종사들의 대화가 포함됐습니다. 이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블랙박스 분석 내용입니다.


뉴스1


자료집에 따르면 사고 당일 오전 8시 58분 11초 부기장이 새 떼를 발견하고 "새(Bird)"라고 말한 후 "밑에 엄청 많습니다"라고 보고했습니다.


사조위는 당시 활주로에 접근한 가창오리 무리의 규모를 5만 마리로 분석했습니다.


조종사들은 8시 58분 20초 착륙을 포기하고 '복행'(Go around)을 선언했습니다. 6초 후인 58분 26초에는 조류와 충돌하는 듯한 '퍼벅' 소리와 함께 기장의 짧은 탄식이 블랙박스에 기록됐습니다.


엔진 추력이 낮아지면서 기수가 낮아지자 조종사들은 58분 35초 '치명적 손상'(Severe damage)을, 36초에는 '비상조치'(Memory Item)를 연이어 선언하며 비상매뉴얼에 따른 절차를 15초간 수행했습니다.


뉴스1


조종사들은 당시 엔진 출력 조절 스로틀을 수동으로 변경하고, 한쪽 엔진을 정지시킨 후 화재차단 스위치를 작동시켰습니다.


58분 50초 비행기록장치(FDR)와 음성기록장치(CVR) 모두 작동을 중단했습니다. 


사고 여객기는 58분 56초 '메이데이'를 선언했고, 오전 9시 1분경 관제탑과의 교신을 통해 활주로 비상착륙을 진행했습니다. 이후 9시 2분경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가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과 충돌했습니다.


자료집에는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는 로컬라이저와 콘크리트 둔덕에 대한 분석도 포함됐습니다.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 / 뉴스1


방위각시설 항목에 따르면 공항안전운영기준 제109조는 '정밀접근활주로 착륙대 끝에서 240m 내에는 항행목적상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시설 및 장비가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항철위는 무안공항이 이 기준은 충족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항행목적상 설치하는 시설 및 장비 등은 부러지기 쉬워야 하며 가능한 한 낮게 설치해야 한다'는 기준은 충족되지 못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김소희 의원은 "항철위 보고서는 이번 참사를 여러 각도에서 종합적으로 점검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줍니다"라며 "조종사 책임으로만 몰 것이 아닙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국정조사에서 항철위 조사까지 포함해 사고 원인을 면밀히 규명해 관련자들에 대한 책임을 밝히겠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유족들은 항철위의 조사 내용에 대해 "항철위가 조종사에게 사고 책임을 넘기고 콘크리트 둔덕을 조성한 국토교통부의 책임을 축소하려 한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