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물텀벙이'라 불리며 잡자마자 바다에 버려졌던 못생긴 물고기가 이제는 한 마리에 수만 원을 호가하는 겨울 별미로 떠올랐습니다.
지난 28일 유튜브 채널 '마초TV'는 '겨울철 전설 술안주!! 똥값에서 금값 된 생선이 해장 끝판왕!' 영상에서 남해 항구에서 진행한 꼼치 조업 과정을 담았습니다. 한파가 몰아친 날 정치망 어선을 타고 조업에 나선 마초는 "겨울만 되면 술 한잔 먹으면 이게 딱 생각난다. 먹으면 속이 다 풀린다"고 꼼치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꼼치는 지역마다 불리는 명칭이 다양한데, 강원도 등 동해안에서는 곰치, 물곰, 물텀벙이 등으로 불리며 남해안에서는 물메기, 미거지 등으로 불립니다. 서해안에서는 잠뱅이 또는 물잠뱅이라고 불립니다.
흔히 물메기로 불리기도 하지만 정식 명칭은 꼼치입니다. 실제 물메기는 따로 존재하나 크기가 작아 식용으로는 거의 사용되지 않습니다.
꼼치는 페르카목 꼼치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로 동해, 황해, 남해를 비롯해 동중국해, 오호츠크해, 쿠릴 열도 바다에서 서식합니다. 몸길이는 보통 36~45cm까지 자라며, 큰 개체는 60cm에 달하기도 합니다.
배 밑에 달린 빨판으로 바위에 붙어 살며, 비늘이 없어 미끈거리는 것이 특징입니다. 몸에는 검은색 반점이나 가로선 무늬가 있고, 꼬리 부분에는 흰색 세로 줄무늬가 선명하게 나타납니다.
마초는 "성장 속도가 엄청 빠르다. 대부분 1년생"이라며 "그래서 살이 물러 식감이 독특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 물렁한 식감 때문에 보통은 말려서 먹는다고 덧붙였습니다.
과거 정약용의 '자산어보' 에는 꼼치를 미역어(迷役魚)라 기록했습니다. 미끄럽고 쓸모없어 잡는 즉시 바다에 던져버렸기 때문입니다. 못생긴 외모에 살결도 물렁거려 제사상에 올리는 것조차 예의가 아니라고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육질이 부드럽고 담백해 겨울철 별미로 인식되며 남해안 어가의 주요 소득원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습니다.
함께 조업에 나선 어민은 "지난해엔 한 마리에 5만원, 6만원, 7만원까지 갔다"며 "주말엔 7만원씩 했다"고 전했습니다.
올해는 어획량이 많아져 큰 사이즈도 3만~4만원대로 내려왔지만, 과거 5000원도 안 했던 생선치고는 천정부지로 오른 가격입니다.
최근 몇 년간 기후변화로 인한 고수온 현상이 지속되면서 꼼치 어획량은 급감했습니다. 남해군의 경우 지난 2017년 17만2000kg이었던 어획량이 2019년 6만7000kg으로 급감한 뒤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습니다.
꼼치는 평소 동해 깊은 바다에 서식하다 겨울철 산란을 위해 남해 연안으로 이동하는 저온성 어종인데, 수온이 높아지면서 남해 연안으로 이동하지 않고 다른 해역으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종자 방류 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전남도해양수산과학원은 2018년부터 여수 종화동 해역을 중심으로 꼼치 종자 방류를 진행해 지난해까지 1억5755만 마리를 방류했습니다.
마초는 시장에서 말린 꼼치를 한 마리에 1만원, 생물 꼼치를 한 마리에 7000원에 구입했습니다. 그는 "올해는 꼼치가 많이 나온 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조리는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말린 꼼치는 한 시간 정도 물에 불린 뒤 진간장 150ml, 설탕 75ml, 고춧가루, 다진마늘로 양념해 찜기에 넣고 쪘습니다.
생물 꼼치는 내장을 빼고 껍질까지 벗긴 뒤 먹기 좋은 크기로 잘랐습니다. 마초는 "물렁뼈라 엄청 잘 잘린다"며 손질법을 보여줬습니다.
무를 넣고 끓인 육수에 꼼치를 넣어 맑은탕을 만들었습니다. "많이 저으면 안 된다. 살이 깨지니까 이 상태로 그냥 끓였다가 끝내야 한다"고 조리 팁을 전했습니다.
시식은 꼼치찜부터 시작했습니다. 마초는 "부드럽다"며 첫 맛을 본 뒤 뼈까지 물렁하게 익어 씹어 먹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맑은탕을 맛본 그는 "속이 딱 시원해진다"며 "이걸 한 번이라도 먹어본 사람들은 이 정도 탕이 나오면 정신을 못 차린다"고 극찬했습니다.
마초는 "해장할 때 딱 먹으면 딱 좋다"며 "머리 밑바닥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겨울에 이거 따라올 만한 게 없다"며 해장국으로서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꼼치의 가장 큰 매력은 부드러운 육질과 담백한 맛입니다. 1년 안에 빠르게 성장하는 어류라 살이 단단하지 않고 연해 매운탕이나 맑은탕으로 끓이면 부드럽게 넘어갑니다.
12월부터 3월까지가 제철인 꼼치는 이 시기에 알을 품어 가장 맛있습니다. 과거 '자산어보'에는 "살이 매우 연하고 뼈도 무르다. 맛은 싱겁지만 술병을 고치는 데 좋다"고 기록되어 있을만큼 해장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