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발표한 연례 북극 보고서에 따르면, 북극 지역의 기온이 관측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지난 16일(현지 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북극의 지표면 기온이 1900년 관측 시작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NOAA의 이번 연구 결과는 기후변화가 북극 지역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을 보여줍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은 관측 사상 북극이 가장 따뜻했던 시기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지난해 가을과 올겨울은 각각 역대 최고 기온 1위와 2위를 차지했습니다.
2006년 이후 북극의 연간 기온 상승률은 지구 평균 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는 수준에 달했습니다.
북극 해빙 면적의 급격한 감소도 주목할 만한 변화입니다. 지난 3월 기준 북극 해빙의 연 최대 면적은 위성 관측이 시작된 지 47년 만에 역대 최소 면적을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북극 해수면 온도 상승과 강수량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됩니다.
지난 8월 북극해 대서양 인근 해역의 평균 해수면 온도는 1991∼2020년 8월 평균보다 약 7도나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강수량 변화도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0월까지 북극 지역의 강수량은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북극 지역의 기후 패턴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4년 이상 된 오래된 북극 해빙은 1980년대 이후 95% 이상 감소했으며, 현재는 그린란드 북부와 캐나다 북쪽 북극 군도 인근에만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열을 반사하던 해빙이 녹으면서 드러나는 어두운 해수면이 열을 흡수하게 되고, 이로 인해 지구 온도가 더욱 상승하는 '양의 되먹임' 효과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매슈 드러켄밀러 미국 국가설빙데이터센터(NSIDC) 연구원은 이번 보고서의 공동 저자로서 "(북극) 기온은 올해 가장 따뜻했고 강수량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며 한 해에 두 가지 극값이 동시에 나타난 점의 심각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해빙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겨울에도 비가 내리고 있다"며 "북극의 겨울이라는 개념 자체가 재정의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북극 생태계에도 급격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ABC 방송에 따르면,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학교 연구진은 멸종 위기에 처한 북극곰들이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유전자(DNA)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스트앵글리아대 연구진은 그린란드 북극곰 17마리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그린란드 비교적 따뜻한 지역에 서식하는 북극곰들이 급격한 유전적 변화를 나타내고 있으며, 이는 기온 상승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남동부에 서식하는 북극곰들은 기존의 지방 중심 식단에서 식물성 먹이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식습관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앨리스 고든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를 주도하며 "그린란드 북극곰 집단은 생존을 위해 자신의 유전체(게놈)를 다시 쓰고 있다"며 "녹는 빙하에 맞선 필사적인 생존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