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외무부가 지난 8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조선 러시아연방 특명전권대사가 지난 6일 70세의 나이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러시아 외무부는 "양국 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구축과 심화에 크게 기여한 뛰어난 외교관이자 애국자였다"며 깊은 애도의 뜻을 밝혔습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도 마체고라 대사의 별세에 조의를 표했습니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김정은 동지께서 마체고라 대사의 사망과 관련해 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조전을 보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 총비서는 조전에서 그의 죽음을 '뜻밖의 별세'라고 표현해 갑작스러운 사망임을 드러냈습니다.
주북 러시아대사관은 전날 텔레그램을 통해 마체고라 대사의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그가 11월 말까지 모스크바를 다녀오는 등 최근까지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그의 죽음이 예상치 못한 것이었음을 시사합니다.
구체적인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마체고라 대사는 사망 한 달 전 러시아 차관급 인사의 북한 방문 일정에 동행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일반적으로 자국 원로 인사들의 사망 시 사인을 구체적으로 발표해온 점을 고려할 때, 교통사고나 급성 질환 등으로 인한 돌연사 가능성이 제기되며, 북·러 양측이 사인을 비공개하기로 합의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가 러시아 방문 중 사망했는지, 평양 근무 중 사망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그가 평양에서 사망했을 경우 폭설로 인한 사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마체고라 대사가 사망하기 이틀 전인 지난 4일 평양에는 폭설이 내렸으며, 노동신문은 5일 '평양의 설경'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바 있습니다.
1955년생인 마체고라 대사는 11년간 주북 러시아 대사를 지낸 '북한통'으로, 한국어와 영어에도 능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1999년 주북 러시아대사관 1등 서기관으로 부임한 뒤 공사참사관 등을 거쳐 2014년부터 주북 대사직을 맡아왔습니다.
특히 SNS 사용이 제한된 북한에서 페이스북을 적극 활용해 평양 주민들의 일상과 시장·카페·음식점·도시 풍경 등을 직접 촬영해 공개해온 것으로 유명합니다. 가장 최근에는 단풍이 물든 평양 거리를 자동차로 지나며 촬영한 영상을 올려 가을이 끝나는 것을 아쉬워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페이스북은 폐쇄적인 평양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엿볼 수 있는 '세계로 향한 창'으로 평가받아왔습니다.
마체고라 대사는 지난해 '평양 무인기 사건' 당시 직접 나서 남한을 비판하는 등 북·러 우호 관계를 적극적으로 강조해온 인물로 평가됩니다.
지난달 말까지도 모스크바로 단기 출장을 다녀올 만큼 활발히 활동해온 그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은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