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야생 원숭이의 도심 진출로 심각한 농업 피해를 겪고 있습니다.
지난 3일 대만 입법원 경제위원회는 농업부에 원숭이 출몰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해결 방안을 신속히 마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두원젠 농업부 차관은 "3개월 내에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제출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천쥔지 농업부장은 지난 10월 입법원 보고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원숭이가 향후 5년 안에 대만 전역에 진출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대만원숭이들의 활동 영역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과거 중남부 산지 인근 과수원과 농경지에 주로 나타났던 원숭이들이 최근에는 대학 캠퍼스와 도심 지역까지 진출하고 있습니다.
남부 가오슝 소재 국립중산대 캠퍼스에서는 원숭이가 학생들을 위협하는 장면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빈번히 게시되고 있습니다.
수도권인 신베이시 주거 밀집 지역에서도 원숭이 출몰이 확인됐습니다. 원숭이로 인한 용과, 감귤, 커피 등 농작물 피해가 급증하면서 지방 정부는 전기 울타리 설치 보조금 지원 등의 대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습 능력을 갖춘 원숭이들이 전기 울타리를 우회하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효과가 제한적입니다. 원숭이 무리가 감시 역할과 과일 채취 역할을 분담하는 집단 전략 행동을 보이는 사례도 발견됐습니다.
긴꼬리원숭이과에 속하는 마카크의 일종인 대만원숭이는 몸길이 50~60㎝, 몸무게 5~12㎏ 규모입니다.
실험용, 애완용, 식용 목적의 남획과 서식지 훼손으로 개체 수가 급감했던 대만원숭이는 1989년 야생동물보호법 제정과 함께 보호종으로 지정됐습니다. 이후 개체 수가 크게 회복되면서 2019년 보호종 목록에서 제외됐습니다.
현재 대만원숭이 개체 수는 약 60~80만마리로 추정됩니다. 보호종 지정은 해제됐지만 원숭이에 대한 무단 포획과 사살에 대한 벌금 규정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정부와 의회는 개체 수 조절을 위해 대규모 중성화 사업, 드론을 이용한 기피제 살포, 포획 작업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곰 대응 사례를 참고해 제한적인 사냥 허가 도입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농업부 관계자는 "원숭이는 사람과 같은 영장류라서 포획이나 도살 같은 수단에 대해 대중의 감정적 반발이 크다"며 "그래서 정책 수립에 더욱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