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 30년 만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하면서 국내 돼지고기 수급에 비상등이 켜졌습니다.
우리나라는 미국 다음으로 스페인산 돼지고기를 많이 수입하는 국가로, 치사율 100%에 달하는 고위험 전염병의 확산 가능성에 정부가 즉각 수입 제한 조치에 나섰습니다.
지난 4일 비즈니스타임즈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는 바르셀로나 지역 야생 멧돼지 사체에서 ASF가 검출됐다고 최근 발표했습니다.
현재까지 최소 9건 이상의 확진 사례가 확인됐으며, 스페인에서 ASF가 발병한 것은 1994년 이후 약 30년 만입니다.
ASF는 돼지와 멧돼지에만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백신이나 치료제가 존재하지 않아 감염 시 치사율이 100%에 달합니다.
감염된 돼지의 눈물이나 침 등 분비물을 통해 전염되거나 호흡기를 통해 직접 전파되며, 돼지의 피를 빠는 물렁 진드기가 매개체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또한 감염된 돼지고기나 가공품을 건강한 돼지가 사료로 섭취할 경우에도 감염 위험이 있습니다.
ASF 확산 우려에 세계 각국이 신속한 대응에 나섰습니다. 중국은 바르셀로나 지역에서 사육하거나 도축한 돼지고기의 수입을 제한했고, 일본과 멕시코는 스페인 전역에 대한 수입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스페인 정부에 따르면 현재 전체 수출 인증서 중 3분의 1이 외국 정부에 의해 차단된 상황입니다.
ASF에 감염된 돼지고기를 섭취해도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는다는 점이 다수 연구를 통해 확인됐지만, 전염병 특성상 소비자 불안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국제적 확산 시 대규모 살처분으로 인한 공급 부족 심화가 우려된다는 경고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외신은 "연간 90억 유로(약 15조원) 규모의 스페인 돼지고기 산업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 정부도 이달부터 ASF가 확인된 스페인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수입 제한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전파 속도나 추가 확진 여부에 따라 제한 지역이 더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ASF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 시장 영향도 피하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올해 우리나라의 스페인산 돼지고기 수입량은 11만4680t으로 미국(18만5597t)에 이어 두 번째로 많습니다. 특히 최근 이베리코 등 수입육 수요가 증가한 점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업계에서는 스페인산 수입량 감소가 향후 국내 도소매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