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이 52년간 지속해온 오후 시간대 주류 판매 금지 정책을 전면 해제했습니다. 관광 산업 활성화와 경제 부양을 위한 규제 완화 조치로, 이제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도 자유롭게 술을 구매할 수 있게 됐습니다.
3일(현지시간) AFP통신과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이날부터 오후 2시~5시 주류 판매 금지 조항을 폐지하는 새로운 규정을 시행했습니다. 해당 내용은 전날 왕실 관보에 공식 게재됐으며, 파타나 프롬팟 보건부 장관의 서명으로 발효됐습니다. 파타나 장관은 "현 상황을 반영한 적절한 변화"라고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기존 태국의 주류 판매 시간은 오전 11시~오후 2시, 오후 5시~자정으로 제한됐지만, 새 규정에 따라 오전 11시부터 자정까지 연속 판매가 가능해졌습니다. 또한 매장 내 음주 가능 시간도 기존 자정에서 새벽 1시까지로 1시간 연장됐습니다. 단, 이는 허가받은 영업장에 한정됩니다.
새로운 주류 판매 규정은 180일간 시범 운영됩니다. 알코올 규제 당국은 약 6개월간의 시범 기간 동안 정책 효과를 면밀히 평가한 후 영구 시행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입니다.
국제공항의 경우 기존과 마찬가지로 시간 제한 규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태국의 오후 주류 판매 금지 정책은 1972년 군사정권 시절 도입됐습니다. 당시 정책 목적은 공무원들의 근무 시간 중 음주를 방지하고, 청소년들이 방과 후 주류를 구매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습니다.
하지만 태국 국가주정정책위원회는 지난달 13일 회의에서 연말·정월 초 관광 성수기와 송크란 축제 등을 앞두고 소비 활성화를 위해 판매 규제를 완화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회의를 주재한 소폰 사룸 부총리는 기존 규정을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고 평가하며 "과거에는 공무원의 몰래 음주를 걱정했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고 설명했습니다.
태국은 세계적인 유흥·관광 산업 중심지임에도 불구하고 엄격한 불교적 가치관의 영향으로 음주를 도덕적 문제로 인식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강력한 규제 정책을 유지해왔습니다.
그럼에도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음주 소비량을 기록하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높은 음주율은 교통안전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WHO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태국의 인구 대비 교통사고 사망률은 전 세계 200개국 중 16위를 기록했습니다.
태국 보건부 통계에서는 2019~2023년 사이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자가 약 3만3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