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사우디아라비아를 향해 인기 만화 '진격의 거인'의 명대사를 인용하며 투자를 촉구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입 닥치고 저에게 모든 것을 투자하세요!"라는 파격적인 발언으로 외교 무대에서 유머 감각을 선보인 다카이치 총리의 아슬아슬한 화법이 일본 내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2일(현지 시간)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은 다카이치 총리가 전날 도쿄에서 개최된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 포럼에서 연설자로 참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공공투자기금(PIF)이 후원한 이번 행사는 양국 간 공급망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정계 및 재계 인사들이 참석한 중요한 자리였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연설에서 양국의 우호적 관계와 공급망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본의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캡틴 츠바사', '원피스', '진격의 거인' 등의 작품들을 언급했습니다.
특히 다카이치 총리는 "'진격의 거인'의 유명한 대사를 인용해 제 연설을 마무리하겠다"고 말한 뒤 영어로 "입 닥치고 나에게 모든 것을 투자하라"고 외쳤습니다.
이어 "이제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을 아실 것"이라며 "일본은 돌아왔다. 일본에 투자하세요(Japan is back, invest in Japan)"라는 메시지로 연설을 마무리했습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의 연설이 끝나자 현장에서는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고 합니다.
해당 대사는 만화가 이사야마 하지메가 2009년부터 10여년간 연재한 판타지 만화 '진격의 거인'의 명대사 중 하나입니다.
정체불명의 식인종 거인으로 멸망 위기에 처한 인간 사회를 그린 이 작품에서 주인공 에렌 예거가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거인들에 맞서기 위해 자신을 믿고 힘을 보태달라며 외치는 장면에서 나온 대사입니다.
다카이치 총리의 파격적인 발언은 엑스(X) 등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었고,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의 관련 기사에는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일본 누리꾼들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진격의 거인'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치 있는 발언", "다카이치 총리 특유의 캐릭터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발언이다. 배짱이 대단하다" 등의 호평을 보냈습니다.
한 누리꾼은 야후 재팬에 "주인공 에렌은 인간 사회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바칠 생각으로 저런 말을 했는데, 이런 맥락까지 생각한 거라면 정말 탁월한 선택"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국가 수반이 경제 외교 석상에서 "입 닥치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적절한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엑스(X·옛 트위터)에서는 "공식 석상에서 '입 닥치라'는 말은 실례가 아닌가?", "외교 무대에서 '진격의 거인'이 누구나 아는 보편적인 콘텐츠는 아닐 것" 등의 우려도 표출되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의 거침없는 화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10월 자민당 총재에 선출된 직후에는 "'워라밸(일과 여가의 균형)'을 버리겠다"며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겠다"라고 외쳤습니다.
"일하고"를 다섯 번이나 반복한 이 발언은 일본 SNS에서 '밈(meme)'으로 확산되었고, 출판사 자유국민사가 선정한 '올해의 유행어 대상'까지 수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