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고층 아파트 화재 발생 전 건설 노동자들의 흡연 장면이 포착되면서 담뱃불로 인한 실화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 27일 엑스(X·옛 트위터)에 공개된 영상에는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의 대나무 비계 위에서 건설 노동자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영상 속 남성은 한 여성이 "또 여기서 담배를 피우느냐"고 묻자 놀라며 뒤돌아보는 장면이 확인됩니다.
1983년에 준공된 해당 아파트는 지난해 7월부터 1년 넘게 대규모 보수 공사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아파트 주민들은 건설 노동자들이 여러 차례 흡연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증언했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화재는 비계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 주민은 "대나무 비계에서 흡연하는 건설 노동자들을 반복적으로 발견해 유지보수팀에 신고했다"며 담뱃불이 화재의 원인이라고 추정했습니다.
다른 주민도 "창문을 닫아도 비계 쪽에서 담배 냄새가 들어왔다"며 "수리 작업자들이 공사 구역에서 담배를 피운 것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화재에서 '대나무 비계'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중국 본토는 화재나 내구성 문제로 금속 비계 사용을 의무화했지만, 홍콩에서는 금속 비계보다 저렴한 대나무 비계가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화재방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가연성 소재의 그물망과 엘리베이터 홀의 스티로폼 자재, 가구 등이 불길을 더욱 빠르게 확산시킨 것으로 분석됩니다.
홍콩 건축조례는 '난염성' 소재 사용을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사용된 그물은 기준에 미달한 불량품이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홍콩 소방당국은 이날 브리핑에서 "초기 추정으로는 불이 붙은 잡동사니와 대나무 비계가 바람에 날려 인근 건물로 날아갔고, 이로 인해 화염이 7개 동으로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습니다.
30년 경력의 건설 엔지니어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난염성 제품을 사용하라는 지침만 있을 뿐 실제 검사 절차나 사용 방식에 대한 규정은 없다"며 "현장에서 쓰이는 그물의 99%가 불량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26일 오후 2시 52분쯤 홍콩 타이포의 아파트 단지 '왕 푹 코트'에서 발생한 화재는 만 하루를 넘겨서야 진압되었습니다.
이 참사로 최소 83명이 사망하면서 현지에는 깊은 추모 분위기가 조성되었습니다.
홍콩 행정부는 피해 주민들을 위해 유스호스텔과 호텔 1000개 객실을 마련하고, 1800개의 보조 주택에서 1~2주간 임시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밝혔습니다.
홍콩 경찰은 과실치사 등 혐의로 공사 책임자 3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며, 형사 사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