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사표 쓰는 게 무서워요" 일본, '사직 공포증' 확산... 퇴사 대행 서비스 직원도 대행 맡긴다

일본에서 사표를 대신 내주는 이른바 '퇴사 대행 서비스'가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약 22,000엔(한화 약 21만 원)만 지불하면 전문 업체가 회사에 연락해 퇴사 절차를 모두 대행해주는 것인데요.


최근 일본 니혼테레비 예능 '월요일부터 밤샘(月曜から夜ふかし)'이 다시 한 번 퇴사 대행 서비스를 집중 조명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이제 퇴사 대행 서비스 직원조차 직접 사표를 내기 어려워 다른 사람에게 맡길 정도로, '퇴사 공포증'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TBS 'わたし、定時で帰ります'


이 독특한 서비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일본 특유의 직장 문화 때문입니다. 일본에서는 직접 상사에게 "그만두겠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큰 부담으로 여겨집니다. 집단주의 문화가 강한 일본 사회에서 퇴사는 배신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퇴사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주요 이유는 직장 내 괴롭힘입니다. 서비스를 이용한 일부 직원들은 사물함에 죽은 쥐가 들어있거나, 상사로부터 공개적인 굴욕을 당하는 등 심각한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직접 사직 의사를 밝히는 것은 더욱 어려워집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Google ImageFx


일본의 독특한 직장 문화도 사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퇴근 후 강제적인 회식 문화인 '노미카이'는 거의 의무처럼 여겨집니다.


최근 한 신입사원은 입사 2주 만에 여러 차례 회식에 참석해야 했고, 결국 4개월 만에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日本テレビ 月曜から夜ふかし'


흥미롭게도 퇴사 대행업체 직원들조차 다른 대행업체를 통해 퇴사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퇴사 대행업체 '모무리'의 담당자는 TV 인터뷰에서 최소 5명의 직원이 다른 대행업체를 통해 회사를 그만뒀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미 다른 직원이 퇴사 대행업체를 통해 회사를 떠난 사례가 있다고 말해  놀라움을 더했습니다.


퇴사 대행업체 모무리 대표이사 타니모토 신지 / 日本テレビ 月曜から夜ふかし'


이러한 현상은 일본 직장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줍니다. 상하관계의 엄격함, 과도한 초과근무 문화, 은밀한 괴롭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직원들이 직접 의사표현을 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퇴사 대행 서비스 이용자들은 주로 불화와 보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이 서비스를 선택합니다. '비협조적'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을 걱정하며, 직접 대면하는 것 자체를 피하고 싶어 합니다.


이에 일본의 퇴사 대행 서비스는 단순한 비즈니스를 넘어 사회 현상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과 엄격한 상하 관계 속에서 사표 한 장 내는 것조차 거액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 일본의 퇴사 대행 서비스는 개인의 퇴사가 곧 집단에 대한 '배신'으로 치부되는 경직된 문화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