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6일(토)

'과일계 에르메스' 샤인머스캣, 5년 만에 3분의 1 가격으로 급락한 이유

한때 고급 과일의 대명사였던 샤인머스캣이 급격한 가격 하락으로 '과일계의 에르메스'라는 별명이 무색해졌습니다.


2020년까지만 해도 2㎏ 한 상자에 3만∼5만원대에 판매되며 고급 선물용으로 인기를 끌었던 샤인머스캣이 현재는 1만∼2만원대로 가격이 폭락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16일 발표한 집계에 따르면, 샤인머스캣 2㎏ 평균 소매가격은 지난 14일 기준 1만1천572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평년 대비 54.6% 하락한 수치이며, 작년과 비교해서도 19.1% 떨어진 것입니다. 일간 가격은 한때 1만원 선까지 내려갔다가 최근 소폭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zBank


지난달 샤인머스캣의 평균 소매가격은 1만3천314원으로, 5년 전인 2020년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10월 평균 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2020년 3만4천원에서 시작해 2021년 3만3천원, 2022년 2만4천원, 2023년 2만1천원, 지난해 1만5천원, 올해 1만3천원으로 매년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샤인머스캣의 이달 도매가격이 2㎏당 7천원으로 작년 9천900원보다 약 3천원 낮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습니다. 과거 거봉이나 캠벨얼리보다 몇 배 비쌌던 샤인머스캣이 이제는 오히려 가장 저렴한 포도가 되었습니다.


지난달 평균 소매가격을 비교해보면 샤인머스캣이 2㎏당 1만3천314원인 반면, 거봉은 2만2천952원으로 72% 높았습니다. 캠벨얼리는 1㎏에 7천917원으로 2㎏ 환산 시 1만5천834원으로 샤인머스캣보다 19% 비쌌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Pixabay


2021년 10월만 해도 거봉 가격은 1만8천963원으로 샤인머스캣 3만3천435원보다 43% 저렴했었습니다. 같은 시기 캠벨얼리 1㎏당 가격은 8천41원으로 현재와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샤인머스캣의 급격한 가격 하락은 재배면적 급증과 품질 저하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높은 수익성에 매력을 느낀 많은 농가들이 샤인머스캣 재배에 뛰어들면서 공급량이 대폭 증가했고, 동시에 제대로 된 생육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전반적인 품질이 낮아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실제로 적지 않은 소비자들이 샤인머스캣의 당도가 낮아지고 껍질이 질겨졌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포도 품종별 재배면적을 살펴보면 지난해 기준 샤인머스캣의 비중이 43.1%에 달했습니다. 캠벨얼리는 29.3%, 거봉은 17.5%를 차지했습니다. 샤인머스캣 비중은 2017년 4%에서 2020년 22%, 2022년 41%로 급속히 증가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가격 급락 문제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졌습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이 샤인머스캣을 들어 보이며 관련 질의를 진행했습니다.


농협경제지주는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10일 해병대 제2사단을 찾아 샤인머스캣 1t을 장병들에게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재배 면적도 많이 늘었지만, 품질이 낮아져 소비자들이 잘 찾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과일이 클수록 가격을 높게 받다 보니 농가들이 너무 크게 생산하려고 하지만 한 송이에 1㎏짜리보다 600∼650g 정도가 딱 맛있는 당도를 유지한다"면서 "소비자들이 적당한 크기에 당도가 높은 과일을 선택할 수 있도록 홍보할 계획"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