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박물관 명화 옆에 'AI 그림' 걸어놓은 예술가... 어떻게 됐나 봤더니

웨일즈 카디프 국립박물관에서 한 예술가가 AI로 제작한 작품을 무단으로 전시하는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지난 10일(현지 시간) BBC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엘리아스 매로우(Elias Marrow)'라고 자신을 소개한 예술가가 AI 생성 이미지를 활용한 작품 '빈 접시(Empty Plate)'를 카디프 국립박물관에 허가 없이 설치했습니다.


교복을 입은 10대 소년이 빈 접시를 들고 정면을 응시하는 모습을 담은 이 작품은 AI 기술로 제작되었습니다. 작품을 처음 발견한 관람객은 "조악한 AI 그림이 표시도 없이 걸려 있어 이상했다"며 "처음엔 행위예술인 줄 알았지만 곧 비정규 게릴라 전시라는 걸 알았다"고 증언했습니다.


Reddit


박물관 직원들조차 해당 작품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관람객이 직원에게 그림에 대해 문의했지만, 직원들은 작품에 대한 정보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신고가 접수되자 박물관 측은 즉시 내부 조사에 착수했고, 작품을 철거했습니다.


박물관 대변인 암기드바 큐므리는 "허가받지 않은 전시물이 갤러리에 설치됐다는 제보를 받고 곧바로 제거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매로우는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카디프 박물관에 기증했다"며 "2025년 웨일스를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러한 행위를 한 이유에 대해 "공공기관의 작품 전시 기준을 탐구하고 싶었다"면서 "허락을 구하지는 않았지만, 피해를 준 것도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AI 기술을 활용한 이유에 대해서는 "AI는 예술 도구의 자연스러운 진화이며, 그 능력을 제한하는 건 나의 신념에 반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AI가 그림을 전부 그린 것은 아니다. 스케치를 내가 직접 하고 이미지를 AI로 완성했다"고 덧붙였습니다.


eliasmarrow.com 캡처


매로우는 과거에도 브리스톨 미술관과 테이트 모던 등에서 허가받지 않은 무단 전시를 반복적으로 시도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번 사건이 알려지면서 영국 미술계와 온라인상에서는 AI 예술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습니다.


작품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아주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거나 "AI 그림이라는 점에 사로잡혀 '아동 빈곤' 메시지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비판론자들을 향해서는 "단순히 AI가 예술 도구가 됐다는 걸 인정하기 싫은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반면 비판 여론은 "AI 예술을 빌미로 예술의 권위를 조롱한 행위"라고 반박했습니다. "이것은 예술이 아닌 'AI 오물(Slop)'에 가깝다", "AI로 조잡하게 만든 이미지를 예술이라 포장하는 것은 게으른 접근" 등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