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의 전설적인 허링 선수 DJ 캐리(54)가 가짜 암 투병을 빌미로 거액을 사취한 혐의로 법정에서 중형을 선고받았습니다.
BBC 등 외신이 5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캐리는 암 투병을 허위로 꾸며내 치료비 명목으로 돈을 받아낸 사기 혐의로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는 2014년부터 자신이 암에 걸려 미국 시애틀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고 거짓말을 해왔습니다.
캐리의 사기 수법은 매우 치밀했습니다. 아이폰 충전 케이블을 코에 꽂고 의료용 산소 튜브인 것처럼 위장해 사진을 촬영한 뒤, 이를 피해자들에게 전송해 자신의 병세가 심각하다고 믿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암 진단을 받은 적도 없고, 해외에서 치료를 받은 기록도 전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러한 거짓말로 캐리는 총 22명의 피해자로부터 40만 유로(약 6억 6천만 원)를 받아냈습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그를 오랫동안 응원해온 팬들이나 가까운 지인들이었습니다. 특히 아일랜드의 저명한 사업가 데니스 오브라이언은 캐리에게 12만 5천 유로(약 2억 원)를 지원했을 뿐만 아니라 숙소와 교통편까지 제공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판부를 이끈 마틴 놀런 판사는 "일반적인 사기범들이 인간의 탐욕을 노린다면, 캐리는 선의와 연민을 악용했다"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놀런 판사는 또한 "이보다 더 비열한 사기는 상상하기 어렵다"며 "자신을 믿고 진심 어린 도움을 건넨 피해자들의 신뢰를 철저히 배신했다"고 질타했습니다.
캐리는 아일랜드 허링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렸던 인물입니다. 2006년 은퇴할 때까지 '올 아일랜드 챔피언십'에서 5회 우승을 차지했고, '올스타상'을 9차례 수상하며 허링 역사상 가장 성공한 선수 중 한 명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은퇴 후에도 젊은 세대들에게는 우상 같은 존재였지만, 이번 사건으로 그가 쌓아온 명예와 신뢰는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