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평창올림픽 때 방남했던 북한 '외교 원로' 김영남, 향년 97세로 별세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쳐 북한 외교에서 중책을 맡았던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3일 별세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4일 김영남이 97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통신은 "우리 당과 국가의 강화 발전사에 특출한 공적을 남긴 노세대 혁명가인 김영남 동지가 고귀한 생을 마쳤다"고 전했습니다. 


김영남 전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 뉴스1(사진공동취재단)


사망 원인은 암성 중독에 의한 다장기 부전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일 새벽 1시 주요 간부들과 함께 평양시 보통강구역 서장회관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조문했습니다.


1928년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김영남은 김일성종합대학 재직 시절 모스크바로 유학을 떠났다가 1952년 귀국했습니다.


이후 중앙당학교(김일성고급당학교) 교수를 거쳐 노동당 국제부에서 당 및 외교 관료로서 정치 무대에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김영남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권력 체제 변화 속에서도 좌천 없이 북한 외교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왔습니다.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방한한 김영남 전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 뉴스1


1983년부터 정무원 부총리 겸 외교부장(현 외무상) 직책을 맡았으며, 1998년 김정일 정권이 공식 출범한 이후 21년간 대외적으로 국가 수반 역할을 하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지위를 유지했습니다. 


대외 활동을 꺼린 김정일을 대신해 사실상 정상 외교를 전담했습니다.


김정은 체제에서도 김영남은 방북하는 정상급 인사들을 맞이하는 등 정상 외교 임무를 계속 수행했습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에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부부장과 함께 남한을 방문해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면담하기도 했습니다.


김영남은 2019년 91세에 60년 넘게 이어온 공직 생활을 마무리했습니다.


일 새벽 진행된 김영남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장례식에 김정은 당 총비서를 비롯한 주요 간부들이 참석한 모습 / 뉴스1(평양 노동신문)


김영남의 장례식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와 내각의 결정에 따라 국장으로 거행됩니다. 국가장의위원회에는 김정은을 필두로 박태성 내각 총리,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북한의 최고위 간부들이 참여합니다. 


다만 대남 업무를 담당했던 김영철·리선권은 장의위원회 명단에서 제외됐습니다. 이들은 작년 5월 김기남 전 노동당 선전 담당 비서 사망 시에는 장의위원회에 포함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