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5000억 달러라니?"... 일본, 美 투자 발표문 내용 달라 곤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28일 도쿄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한 후, 양국이 각각 발표한 일본의 대미 투자 관련 문서 내용에 상당한 차이가 발생해 일본 정부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30일(현지 시간)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가 발표한 '미일 간 투자에 관한 공동 팩트시트'와 백악관이 홈페이지에 게시한 팩트시트 내용을 비교 분석한 결과, 투자 규모와 세부 내용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오른쪽)가 2025년 10월 28일 일본 요코스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USS 조지 워싱턴호에서 장병들에게 연설하는 모습을 경청하고 있다. / GettyimagesKorea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은 투자 규모입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문서에서는 21개 사업의 총 규모를 4,000억 달러(한화 약 569조 원)로 명시했지만, 미국 문서에서는 5,000억 달러(한화 약 711조 원)가 넘는다고 기재했습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어떻게 숫자를 만들었는지 모르겠다"며 당혹감을 표했습니다.


투자 내용의 표현 방식에서도 차이가 드러났습니다. 일본 측은 도시바, 미쓰비시중공업 등 대기업들이 각 사업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거나 '참여를 검토 중'이라고 신중하게 표현했습니다.


반면 미국 측은 이들 사업을 '주요 프로젝트'로 소개하며 "일본 기업이 투자 참여를 밝혔다"고 확정적으로 기술했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 GettyimagesKorea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미국 문서에 일본이 자료에 공표하지 않은 내용도 다수 포함됐다는 것입니다. 도요타자동차가 미국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일본에 역수입하고 유통망을 미국 자동차 업체에 개방한다는 내용이 대표적입니다. 또한 도쿄가스와 JERA가 미국 알래스카주 액화천연가스(LNG) 구매 문서를 체결하고, JERA가 루이지애나주 셰일가스 개발에 15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내용, 토호쿠전력이 미국산 석탄 조달에 1억 달러 이상의 다년 계약을 체결한다는 문구도 미국 측 문서에만 담겼습니다.


미국 문서에는 투자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내용까지 포함됐습니다. 일본이 12월 시행 예정인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규제 강화법과 관련해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고 공정한 경쟁을 유지한다는 조항이 그것입니다.


이 법안은 애플, 구글 등 미국 거대 IT 기업의 앱 시장 독점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일본 정부 내에서는 "의도를 전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차이가 트럼프 대통령의 성과 과장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노무라소켄의 기우치 다카히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온 것만으로 미국 이익이 이만큼 늘었다는 것을 호소하려는 듯하다"며 "실제로는 무엇도 증명되지 않은 내용일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GettyimagesKorea


지난 7월에도 일본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 시절 미국과 '일본산 수입품에 15% 상호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으로 무역 합의를 이뤘다고 발표했지만, 미국은 이를 기존 관세에 15%를 추가 부과하는 것으로 해석해 혼란이 발생한 바 있습니다.


일본의 대미 투자 합의는 국내에서 '불평등 조약'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달 체결된 미일 투자 양해각서에 따르면 일본의 투자 대상을 정할 최종 권한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으며, 일본이 자금을 제공하지 않으면 미국이 관세를 다시 인상할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