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 구조 신고 취소한 선장, 항소심에서 실형 선고
조업 중 양망기에 끼어 심각한 부상을 입은 50대 선원의 구조 신고를 수차례 직접 취소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40대 선장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피해 선원은 극심한 고통 속에서 직접 해경에 "살려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해경은 "오지 않아도 된다"는 선장의 말만 믿고 출동선을 복귀시켜 충격을 주고 있다.
2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한 결과, 선장 A 씨(48)는 지난 2023년 11월 29일 오전 9시 43분쯤 전남 신안군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선원 B 씨(59)를 유기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유기치사)로 기소됐다.
충격적인 사고 경위와 구조 요청 방해
B 씨는 같은달 28일 오후 8시 14분쯤 배에서 어구 줄과 함께 양망기에 끼이는 해상 사고를 당했다.
사고 당시 B 씨는 스스로 몸을 일으키거나 걷지도 못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으며, 극심한 다리 통증을 호소했다.
사고 직후부터 피해자 사망 전까지의 과정은 충격적이었다. B 씨는 "다리를 많이 다쳐 너무 아프다"며 119 구급대와 해양경찰에 지속적으로 구조를 요청했지만, A 씨는 중간에 끼어들어 이 모든 요청을 무산시켰다.
A 씨는 해양경찰 상황실과의 통화에서 "피해자는 다리가 아프다고만 한다. 크게는 안 다쳤다. 피해자는 원래 다리가 아픈 사람이다. 지금은 못 가고 내일 아침에 치료받게 하겠다"며 출동을 취소시켰다.
해경 상황실이 A 씨에게 "피해자를 바꿔달라"고 요청하자, A 씨는 '전화 좀 받아보라'며 B 씨가 아닌 다른 선원에게 전화를 넘겼고, 이 선원은 '괜찮다'는 취지로 말했다.
법원은 해경 상황실이 제3자를 피해자로 오해했다고 판단했다.
반복된 구조 요청과 비극적 결말
A 씨와 통화를 마친 상황실은 경비정에 "선장과 환자 둘 다 통화했는데 이동하지 않아도 된다"며 복귀 명령을 내렸다.
B 씨는 해경이 오지 않자 오후 11시 5분쯤 다시 경비정에 전화를 걸었다.
비슷한 시각 다른 119신고로 출동했던 소방대원이 신고자 오해로 B 씨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도, 전화를 받은 A 씨는 "구급 취소하는 것으로 상황실과 이야기 됐다"며 출동을 거부했다.
절박한 상황에 처한 B 씨는 29일 오전 4시 5분쯤 다시 경비정에 전화를 걸어 "왜 안 오느냐. 지금까지 안 오면 어떻게 하냐"고 거듭 출동을 요청했지만, 해경은 "선장에게 말하라"는 취지로만 답변한 뒤 A 씨에게 전화를 걸어 "피해자에게 납득되게 설명하라"고 말했다.
결국 B 씨는 갑판에 약 12시간 동안 방치된 끝에 숨을 거뒀다.
부검 결과 B 씨는 양망기 끼임 사고로 갈비뼈 9개와 골반뼈 골절, 몸통 다발성 손상, 복강 내 출혈 등의 심각한 부상을 입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의 판단과 향후 전망
1심은 A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고, 광주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이의영)는 지난 24일 '양형부당'을 주장하는 A 씨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해경 출동을 취소시켜 피해자가 119와 해경의 도움을 받지 못하게 만들었다. 각 증거를 종합하면 미필적으로나마 유기치사의 고의가 있었음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한 "피고인은 뒤늦게나마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하고 있으나 죄책이 무거운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A 씨는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에 불복해 25일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