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유진 기자 = 올림픽대교 주탑 윗부분에는 88서울올림픽을 기념하는 횃불 조형물이 자리 잡고 있다.
햇빛을 반사해 반짝이는 불꽃 모양을 연출한 이 조형물의 이름은 '영원한 불'. 이 조형물을 설치하다가 3명의 군인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지난 2001년 5월 29일 88올림픽 기념 조형물 올림픽 대교 설치 작업 중 발생한 사건은 '20년 전 한강 사건'이라고도 불린다.
당시 육군 항공작전 사령부는 서울특별시의 요청에 따라 대민지원의 일환으로 CH-47D 치누크 헬기를 지원하기로 했다.
거센 바람이 불어치는 한강변에서 8톤가량에 육박하는 조형물을 싣고 장시간 제자리 비행을 한다는 건 베테랑 조종사도 꺼리는 고난도 작업이었다.
설치 당시 육군 항작사는 한강변의 바람이 며칠 동안 셀 것으로 예측해 서울시에 작업 일정 연기를 요구했지만 서울시는 일정 연기 요구를 거절했다. 군 당국도 더 이상 반발하지 않았다.
예상대로 강풍으로 빈번히 작업에 차질이 생겼고 수차례 시도 끝에야 겨우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수 있었다.
조형물을 내려놓는 순간, 육중한 조형물의 무게를 버티기 위해 특수 제작된 인양줄이 그만 고리에 걸려버리고 말았다.
헬기는 고리에 걸린 줄을 풀기 위해 아주 느린 속도로 상승과 하강을 반복했다. 그때 갑작스러운 하강 기류로 인해 헬기 앞 부분 로터가 조형물과 충돌한 후 추락했다.
그 과정에서 기체는 두 동강났고, 당시 헬기에 탑승하고 있던 군인 3명은 임무를 완수하고 현장에서 전원 순직했다.
서울시가 작업을 연기하지 않은 이유는 불확실한 가운데 무리한 작업 강행과 군 당국의 안일한 안전 의식이 사고의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추락 사고로 목숨을 잃은 군인 세명은 조종사 준위 전홍엽, 부조종사 준위 남인호, 김우수 기관사 상사이다.
한편, 당시 헬기에 타고 있던 조종사 준위 전홍협은 당시 휴가였지만 고난도 작전이라 조종 시간 5,000시간에 달하는 베테랑 조종사로서 대신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홍협 준위는 결혼 20주년 여행을 이틀 앞두고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져 더욱 안타까움을 샀다.